[데스크칼럼] 코스트코와 전통시장

명진규 2021. 2. 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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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가 지난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은 뒤 대규모 적자와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홀로 웃은 곳이 있다.

코스트코코리아 얘기다.

1998년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말 23년만에 첫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9월 결산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기준 매출은 4조5229억원, 영업이익은 142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4%, 6.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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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유통가가 지난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은 뒤 대규모 적자와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홀로 웃은 곳이 있다. 코스트코코리아 얘기다.

1998년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말 23년만에 첫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규모는 2294억원에 달한다. 미국 본사가 8년만에 특별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나서며 한해 순이익의 2배 가까운 돈을 배당했다. 이만큼의 배당을 하고도 코스트코리아는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조3623억원에 달한다.

9월 결산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기준 매출은 4조5229억원, 영업이익은 142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4%, 6.2%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마트 3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코스트코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지만 함께 경기를 벌이는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년전 코스트코는 경기도 하남시에 신규 매장을 냈다. 당시 코스트코코리아는 대형마트가 신규 점포를 낼때 주변 소상공인과 협의하도록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문제로 매장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려 1000여명의 소상공인들이 반대했고 정부는 네번에 걸친 중재 끝에 출점 연기를 요구했다. 이정도 되면 정부와 정치권 눈치도 볼만하지만 코스트코는 과태료 4000만원을 내고 출점을 강행했다. 과거 송도서도 같은 문제가 생기자 과태료를 내고 출점한 바 있어 별반 놀랍지도 않다.

같은 이유로 롯데쇼핑은 8년전 1972억원에 쇼핑몰용으로 매입한 서울 상암동 부지 약 2만㎡(6245평)을 개발조차 못하고 있었다. 코스트코와 동일한 상생법 문제로 인근 전통시장 17곳 중 16곳과 상생 합의를 했지만 망원시장이 반대하며 서울시가 토지 용도 변경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후 2019년 감사원이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해 행정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롯데의 재산권 행사 역시 제한됐다"며 "인근 주민의 소비자 권리 침해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2년이 지난 2021년 서울시는 롯데의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의 심의를 통과시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이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할 계획이다. 여당이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아울렛까지 영업규제를 하겠다며 으름짱을 놓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식자재마트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한술 더 뜬다. 여기서도 수혜를 보는 외국 기업이 있다. 바로 이케아다.

이케아는 가구, 인테리어 소품, 침구, 소형가전까지 판매하고 식당가까지 운영하며 백화점, 대형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전문점으로 분류된다. 이번에도 우리 기업들만 울고 해외 공룡들은 웃으며 최종 포식자로 자라나게 된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낼수록 이같은 현상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2021년의 전통시장이 2000년의 전통시장과 같다면 사람들이 방문할 이유가 없다. 상대방의 손목을 비틀어도 자생력은 생기지 않는다. 대형마트를 못가서 대신 찾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도 높은 규제도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을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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