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김 암참 회장 "바이든 시대 韓·美 '경제 케미' 조율사될 것"

명순영 2021. 2.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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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재계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분주하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정책을 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우방국과의 경제 협력을 큰 화두로 내세운 만큼, 한국과 미국 협력을 이끌 ‘조율사’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59)이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암참은 한국에 진출한 800여개 미국 기업을 회원사로 뒀다. 김 회장은 2014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7년 넘게 암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바이든 시대 최대 화두는 통합”이라고 운을 뗐다.

1962년생/ UCLA 경제학 학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AT&T 마케팅 총괄/ 코코란닷컴 최고경영자/ 펠리세이즈 어드바이저 대표/ 2005년 오버추어코리아 사장/ 2006년 오버추어 아시아 지역 총괄사장/ 2007년 야후코리아 비즈니스 총괄사장/ 2009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2014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2015년 한국지엠 COO·사장/ 2016년 한국지엠 CEO·사장/ 2014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대표이사(현) (최영재 기자)

Q.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바이든 부통령 시절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2013년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으로 방한했습니다. 이때 암참이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당시 바이든은 동맹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무역 갈등,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예민한 현안의 해결 가능성도 높아지리라 봅니다. 한국 기업은 미국으로, 미국 기업은 한국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주요 정책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디지털과 그린을 강조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정책적으로 ‘케미스트리(화학적 결합)’가 잘 맞는다고 해야겠지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America is back(미국이 돌아왔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미국이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할 겁니다.

김 회장은 ‘조율사’로서 이미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암참의 ‘도어녹(Door knock)’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도어녹은 암참이 매년 상반기 워싱턴DC에서 백악관, 행정부, 의회 등 미국 고위 관료들을 만나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문을 두드린다’는 의미의 도어녹 행사는 1985년 이래 한미 양국 비즈니스 가교 역할을 해왔다. 과거 암참 도어녹 행사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거물급 인사가 참여했다.

Q.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취임 전만 해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선 이후 미국 경제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요.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6%로 예상했습니다. S&P500 주가지수는 당선 이후 15%가 올랐습니다. 시장은 미국 경제 상승세를 점치고 있지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글로벌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전 세계 경제도 힘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Q.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처럼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A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는 내용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미 연방정부 기관이 물품을 조달할 때 미국 기업과 근로자로부터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구매 요건을 강화한 것입니다. ‘위대한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는 바이든의 새 슬로건에 부합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바이든이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해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Q.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일까요.

A 암참은 한국을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만드는 일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아시아 핵심 거점으로 여기지요. 비자, 델타, 디즈니, 암웨이 등이 그렇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서울을 아시아 중심지로 선택했습니다. 한국이 디지털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유럽과 아시아 뉴스 속보 허브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영국 런던과 함께 서울을 지목했죠. 텅스텐 기업 알몬티가 한국을 지역 거점으로 삼은 점도 이채롭습니다. 텅스텐의 80%가 중국에서 공급되고, 한국은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국은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발전하는 중입니다.

물론 아시아 경제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암참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행정부의 개혁 모델을 본받아야 한다며 7가지 선제 조건을 제시했다. 법인세율 인하, 기업에 불리한 노동법, 지적재산권 보호, 높은 무역장벽 완화, 경영 부담 완화, 디지털 경제 규제 완화 등이다.

Q.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A 저는 글로벌 기업 CEO로 한국에서만 16년을 살았는데요. 만약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행복’하지 않았다면 한국을 떠났을 겁니다. 한국에 아직까지 있는 이유는 경영 환경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죠. 많은 외국인 임원이 임기를 늘려 한국에서 더 근무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의견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Q.한국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견줘 부족한 점이 있다면요.

A 첫째, 조세입니다. 한국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높은 편입니다. 세제 혜택이 있다면 외국인 인재가 한국에 오기 쉽겠죠. 또한 본사를 설득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겁니다. 둘째, 노동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 인적자원이 훌륭하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노동 유연성이 발목을 잡죠. 셋째, 일부 세세한 규제가 외국 기업을 힘들게 하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한 화장품 기업은 포장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말합니다.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꼭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서울에 있든 LA에 있든, 보안 철저하고 속도 빠르고 서비스만 좋으면 상관없습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라고 할 수 있지요.

노사관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노조는 전 세계적인 이슈”라면서도 “노조가 ‘윈윈’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업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미국에서는 임금·단체협약을 2~5년 간격으로 하는데, 한국은 매년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비용이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Q.암참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A 기본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해피’하도록 해야겠지요. 아울러 암참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CSR(사회적 책임) 활동에 좀 더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회사들이 한국에 더 진출하도록 힘쓸 생각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6대 교역국입니다. 미국 내 3000만개 중소기업이 있는데 한국과 교역하는 기업은 2만개에 불과합니다. 바꿔 말해 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고 투자할 기회가 넘친다는 뜻이죠. 암참은 한국이 매력적인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려 합니다. 그야말로 암참이 ‘엔트리 포인트(입구)’가 되는 것이지요. 코로나19 이전, 암참은 미국 상무부와 미국 중소기업의 한국 진출 ‘원스톱 서비스’를 맡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죠.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을 돕는 일에도 충실히 하려 합니다.

김 회장은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주요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락다운(봉쇄)’이 없었던 나라”라고 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도 여행·관광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암참은 한국을 대외에 홍보하는 퍼스트맨”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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