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 김선영 | 남편과 나는 환상의 짝꿍..작품 세 개서 찰떡 호흡
“진정한 의리파가 아니냐”고 인사를 건네니, “내가 아닌 이 감독에게 해당하는 말”이라며 “남편 아니었다면 한껏 자랑하고 다녔을 거다. 감독으로서 최고니까”라고 답하는, 스타 배우이자 이 감독의 아내, 김선영(45)이다.
지난 10년간 극단 ‘나베’를 운영하며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 두 사람. “내가 대표고 연기 디렉팅을 맡는다”며 운을 뗀 그는 “이 감독은 연출도 하고 시나리오도 쓴다. 우리는 가장 잘 맞는 조력자이자 팀”이라고 소개했다.
“둘 다 격렬하게 의논하며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습관이 ‘세자매’ 현장에서도 거침없이 튀어나와 주변 분들이 많이 놀랐죠. 우리 부부의 색깔이 좀 강렬할 뿐, 아주 사랑하는 관계니 걱정하지 마세요(웃음).”
그는 이 감독을 “열려 있다”고 표현했다.
“배우의 상태를 관찰하고, 시너지가 나오도록 시나리오나 연출을 바꾸죠. 그런 점이 배우를 더 빛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각기 다른 개성과 사연과 상처를 지닌 세 자매를 통해 가족 문제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영화 ‘세자매’.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분),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김선영 분), 늘 취해 있는 골칫덩어리 막내 미옥(장윤주 분)의 말할 수 없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다.
김선영은 극 중 손님 없는 꽃집을 운영하는 첫째 희숙을 연기했다. 로커에 빠져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 가는 남편(김의성 분)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산다. 김선영은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경이로운 내공을 뽐낸다.
“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날 안 싫어할까?’라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연기라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어요. 희숙의 마음은 정말 그랬을 테니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걸 알기에 그저 감추거든요. 계속 ‘미안하다’ ‘잘못했다’ 할 뿐이에요. 사실 그럴수록 더 싫어하는데 말이죠.” 이런 무심한 듯 디테일한 지점이 선사하는 공감, 그것이 이 영화의 무기란다. 실제로 언니가 있다는 그는 “연기를 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준 게 언니”라며 “이번 작품에서 세 자매의 첫째를 연기하면서 내내 마음이 뭉클하고 복잡했다.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우리 언니가 날 이렇게 사랑했구나’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어마무시한 용서의 이야기도, 딱히 시원하게 해결된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용서가 있죠. 결론 없는 해프닝이지만, 균열 속에 각자 다른 느낌을 묻어둔 용서의 이야기예요. 넓게 해석하면 사랑일 테죠. 그렇게 받아들이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연기상 트로피를 휩쓸며 ‘대세 오브 대세’가 된 요즘 기분을 물었다. 시원하게 “꿀맛”이란다.
“비결이요? 참여한 작품이 운 좋게 잘됐고, 동료도 잘 만났죠(웃음). 다만 매 순간 억지로 생각하기보다는, 느껴지는 만큼 움직이려고 해요. 깨지기도 하지만 다른 표현을 배우게 되니까. 연기에 대한 욕망은 억누르지 않아요. 그 점이 통했을까요?”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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