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명 전 북한 외교관 "김정은 핵 포기 못해"

정은혜 2021. 2. 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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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北대사대리 CNN 인터뷰
"트럼프식 접근은 협상 교착상태 만들어"
"오바마 행정부 '이란 핵 협상' 경험 도움될 것"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1일(현지시간)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망명 1년여 만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CNN 캡처]

2019년 9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한국에서 개명)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 정책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1일(현지시간)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착 1년여 만에 심경을 밝혔다. CNN은 류 전 대사대리 부부는 북한 지배 엘리트 집안 출신이며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내며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과 노동당의 자금 관리, 외화벌이를 총괄했다고 전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기꺼이 핵무기 감축 협상을 하겠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 방식보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대이란 핵 협상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미국 전임 행정부는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와 협상도 하기 전에 비핵화를 요구해 협상을 교착 상태로 몰아갔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비핵화에서 물러날 수 없지만, 김정은 일가도 비핵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제재 때문에 협상장 나온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14일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일 전했다. [노동신문]

다만 '강력한 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대북 제재는 전례없이 강력하고 이는 계속돼야 한다"며 "김정은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협상으로 이끌어낸 요인은 '제재 조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근무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 그 경험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러시아·중국·독일·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UN 안보리 결의 2231호)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시리아에서 근무했다. 북한이 시리아 내전 발발 전까지 알 아사드 정권에 재래식 무기를 판매해온 것을 목격했다고도 전했다.


"엄마 아빠와 자유를 찾으러 가자"
류 전 대사대리 부부는 2019년 딸의 미래를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고 한 달 가량 준비한 뒤 그해 9월 실행에 옮겼다. 비밀리에 준비를 마친 뒤,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망명 계획을 이렇게만 설명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가자"였다. 딸은 충격을 받은 동시에 "좋다"고 답했다. 그 길로 이들 가족은 한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CNN은 류 전 대사대리의 딸에게 "(한국의) 새 집에서 제일 좋은 점이 뭐냐"고 묻자 "인터넷을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한국 망명 후 후회한 한 가지는 연로한 어머니와 세 형제, 장인·장모를 북한에 두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자의 남겨진 가족은 처벌받는 일이 많다"며 "21세기에 이런 봉건적 가족 처벌 방식이 존재해 끔찍하다"고 했다.

특히 북한 핵심 엘리트 집안 출신인 자신의 탈북은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줬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장인은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부였으며, 김정은 일가를 위한 비자금을 관리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그의 장인은 39호실 실장을 지낸 김정은의 금고지기 전일춘"이라며 "39호실 실장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이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전했다.


"美 핵협상 때 인권 문제 포기 말아야"
류 전 대사대리는 외화벌이 현장에서 북한의 실상을 목격했다. 외교직 관리들은 외화벌이 할당량을 채워야 했고,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인접 국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1만여명은 '현대판 노예'로 취급 당하며 외화를 벌었다. 이들이 번 외화는 핵무기 프로그램 등 김정은 일가의 선호 순위에 따라 쓰였다. 하지만 2017년 유엔 대북제재로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쫓겨났다.

류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 협상을 하면서 크게 밀린 인권 문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북한 정권에게 심각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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