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박범계와 15분 상견례.."인사 협의 안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방문해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을 예방했다. 법무·검찰 핵심 보직인 ‘빅4’ 인사를 앞두고 긴장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첫 대면식을 한 것이다.
검찰총장은 관례상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상견례를 해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와 비교하면 나흘 더 빨리 만났다. 상견례 자리인 만큼 검찰 인사와 같은 현안은 나누지 않았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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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덕담하고 왔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28분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등과 함께 법무부에 도착했다.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이 윤 총장을 1층 로비 앞에서 맞이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등 추미애 전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윤 총장은 기다리던 취재진에 “장관의 취임 축하 예방 차원에서 온 것”이라며 “잠깐, 아마 관례에 의하면 차 한잔하고 취임식 해야 해서 특별히 깊은 얘기를 나눌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를 요구한 게 맞느냐’는 질문엔 “인사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답한 뒤 법무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부터 법무부 7층 장관실에서 박 장관과 약 15분가량 차담을 나눈 뒤 청사 밖으로 나왔다. 지난해 1월 7일 추 장관과는 45분간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차담에는 조남관 대검 차장과 심우정 법무부 기조실장 등이 배석했다. 윤 총장은 대화 내용을 묻는 말에 “취임 차 예방 와서 덕담하고 왔다”며 말을 아꼈다. 윤 총장이 떠난 뒤 취임식 참석차 법무부에 남았던 조남관 대검 차장도 이날 오전 10시 18분쯤 법무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났지만,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한 질문엔 함구했다.
이와 관련,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박 장관은 오래 전 국정감사에 윤 총장이 증인 출석했을 당시의 기억과 두 분의 사법연수원 동기 등 함께 아는 분들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며 “오늘 만남에서는 검찰 인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조만간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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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언제든 허심탄회하게 대화”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취임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금 전에 직접 만났다”고 공개했다. “문자와 문서의 옥에 갇히지 않겠다. 우리 법·검찰 구성원들과도 수시로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며 ‘소통’을 강조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서로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추 전 장관 재임 시절 내내 이어져 온 법무부와 검찰 사이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이날 대면은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처음이자, 박 장관 임명 나흘 만이다. 당시 두 사람은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을 윤 총장이 비호한다는 취지의 박 장관(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주장에 서로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윤 총장=“여권의 힘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데 한동훈 검사가 잘못했으면 제가 그걸 어떻게 비호를 하느냐.”
▶박 장관=“비호하는 거다, 지금 그게. 그런 태도가.”
▶윤 총장=“그러면 위원님은 누구를 비호하시는 거냐, 도대체.”
박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일 땐 달랐다. 박 장관은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일 때 ‘윗선’의 외압을 폭로했을 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 그날 우연히 스쳐 지났던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라고 썼다. 그러나 박 장관은 지난해 대검 국정감사 때 윤 총장을 향해 “그때 윤석열 검사와 지금 윤석열 총장은 너무 다르다. 이것은 오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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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취임사,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는 공존의 정의 실현”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공존의 정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를 의미한다”며 “인권 보호, 적법절차, 소통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 표현은 지난해 대검 국정감사 때 윤 총장을 질책하며 꺼냈던 ‘선택적 정의’란 단어와 묘한 대비를 이뤘다. 당시 윤 총장은 “윤 총장을 잘 아는 본 위원이 느낄 때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는 박 장관의 말에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지 않느냐”고 되받았었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도 재차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권 개혁 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위법한 수사를 통제하는 사법 통제관으로서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면서다. 박 장관이 전날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뒤 방명록에 ‘검찰개혁 이루겠습니다’라고 쓴 데 이어 연일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걸 두고 검찰 안팎에선 “공존일지 개혁일지는 곧 있을 검찰 고위 인사에서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검찰 간부는 “잘못된 인사를 바로 잡는 게 진짜 개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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