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광고 땐 '벌금'..플랫폼 '소비자 보호' 강화
후기조작 금지 등 투명성에 방점
소비자 40% 피해보상 못받아
美·中 해외서도 규제 강화 추세.."시장 위축" 우려도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주상돈 기자] 정부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의 핵심은 네이버, 쿠팡 등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을 개념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보호 내용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쿠팡 등 플랫폼은 단순 중개를 넘어 결제·배송 등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책임에서는 지나치게 자유롭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며 플랫폼에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네이버, 쇼핑 검색순위 결정기준 공개해야…허위·과장 등 금지행위시 벌금=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막바지 작업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플랫폼의 연대책임을 명시하는 동시에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자상거래 사업자란 판매·중개업자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포털, 배달·숙박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 보다 넓은 개념이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사업자에게 ▲검색결과·검색광고를 구분해 표시 ▲검색순위 주요 결정기준 표시 ▲이용후기 수집·처리에 관한 정보 공개 ▲맞춤형 광고 사실 고지 및 거부시 일반정보 제공 등의 의무를 부담케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고를 검색결과처럼 보여주거나 이용후기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법 집행과 피해구제 방안도 확대한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에만 적용됐던 법규 위반에 따른 금전적 제재를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법규 위반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벌금으로 변경,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하고 과태료(또는 벌금)를 대폭 상향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동의의결제 도입, 임시중지명령 확대, 전자상거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도 개정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직접 나서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업무를 평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 10명 중 4명, 온라인 플랫폼 분쟁서 피해보상 못받아=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온라인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6년 65조원에서 2019년 135조원 규모로 3년 만에 두 배 성장했고 2020년에는 15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온라인거래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016년 1만331건에서 지난해 1만6974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누적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6만9452건으로 이 중 15.8%(1만947건)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한 분쟁이었다.
하지만 피해구제 확률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가 플랫폼과의 분쟁에서 환급, 배상, 계약해제 등으로 피해를 보상받은 비율은 58.6%(6420건)로 조사됐다. 입증자료 미흡, 판매자 신원정보 미상 등으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40.8%(4464건)에 달했다. 거래 유형 중 위해물품 거래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1047건) 중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 경우는 52.1%(560건)로 절반을 넘겼다.
◆해외도 플랫폼 규제 강화…"시장 위축" 우려도=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해외 각국도 그간 소비자 보호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이른바 ‘짝퉁(위조상품)’ 판매시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 지난해 1월 발의됐다. 미국 법원은 아마존을 통해 홍콩 제조사의 PC를 구입한 후 화재로 부상을 당한 소비자가 아마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8월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모든 책임은 입점업체에 있고, 중개 역할만 했다는 아마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연대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은 2019년 ‘신(新)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해 플랫폼이 직접판매, 중개판매 업무를 동시에 담당할 때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게 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했다. 입점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이 신체, 재산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일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플랫폼에 연대책임을 부담시키고 위조상품 판매 시에도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하면 최대 200만 위안(한화 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플랫폼에 부과한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관련 시장을 위축시키고, 영세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입점업체의 플랫폼 내 판매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은 더 많은 입점업체와 더 많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창구라는 순기능을 하는데 플랫폼 운영사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면 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접근법은 플랫폼을 입접업체와 동일한 판매자로 보고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인데 이 같은 인식은 위험하다. 장기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등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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