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조선족" vs "우리 중국동포" 때아닌 호칭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우리 동포, 말 가려서 해야" 최근 중국동포 둘러싼 호칭 논란
정치권에서 '조선족' 발언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혐오 발언까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중국 사람이니까 조선족이라 말하죠. " ,"역사를 보면 한민족인데 당연히 중국 동포라 불러야죠"
최근 정치권에서 '조선족' 발언에 대한 갈등이 불거지면서 때아닌 호칭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조선족 역사를 보면 한민족이라 할 수 있어 사실상 중국 동포로 부르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족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그들을 우리 동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어 사실상 비하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에 따르면 중국 조선족 공동체 출발은 1860년대로 알려져있다. 이어 1870년대 만주 (오늘날 중국의 동북(東北)지방, 요령성·길림성·흑룡강성 및 내몽고자치구의 동부지역을 포괄해서 가리키는 말) 거주 조선족은 7만7000명에 달했다.
이들은 한민족 또는 조선민족(朝鮮民族)으로 불리며 한반도와 그 주변의 만주, 연해주 등지에 살면서 공동 문화권을 형성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아시아계 민족을 말한다. 20세기 초에 연해주에 거주하다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인들을 말하는 고려인 (高麗人)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에서 살기가 점차 힘들어지자 중국 국경지대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 여겨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1900년대에는 220만명으로 늘었고 일제 강점기 때 1700만여명에 달했다. 해방 후 79만 명의 조선인은 귀국했고 1953년 센서스 보고에 따르면 조선족의 수는 1120만여명으로 알려져있다.
갈등의 지점은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과연 어떻게 불러야 하냐는 것이다. 통칭하여 조선족이라 부르지만 우리 동포를 더 강조해 중국 동포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조선족이라고 부를 때 '동포' 라는 개념은 빠져 사실상 비하 발언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 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에 출마 선언을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지난 총선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한 서울 광진구을 지역을 언급하며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이분들 90%가 친(親) 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여권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깨끗한 정치를 위해 만들었다는 '오세훈법'의 주인공이 어쩌다 '일베' 정치인으로 변질했는지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베는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커뮤니티로 오 전 시장이 일종의 막말이나 내뱉는 정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오 전 시장과 맞붙어 당선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지역구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양꼬치거리를 찾았다. 오 전 시장의 '조선족' 발언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진에 있는 양꼬치거리에 다녀왔다. 광진 주민들이, 그냥 우리 이웃이 사는 곳이다"면서 "양꼬치거리에 가서 사장님이 추천하시는 한끼를 포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광진주민들 외롭지 않게 할 것이다. 꼭 지켜드리겠다. 함께 하겠다"고 했다.
중국 동포를 둘러싼 지칭 논란이 불거지자 오 전 시장은 지난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조선족 동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오세훈이 조선족이라고 표현하면 혐오 표현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일베 정치인'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우리 국민 중에 중국 동포라는 용어에 익숙한 분이 많나, 조선족에 익숙한 분이 많나.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논란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일단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니 조선족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면서 "물론 역사를 보면 중국동포로 볼 수 있겠지만 입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그냥 이게 사회적인 시선 같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중국동포로 볼 수 있겠지만, 조선족이라는 말도 많이 쓴다"면서 "그냥 각자 자기가 부르고 싶은 그대로 부르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지금 그들의 현실 같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족이 아닌 중국동포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조선족과 동포 차이에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다"면서 "조선족은 그냥 중국인 같고 중국동포는 한민족이라는 정서가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다"라고 강조했다.
30대 회사원 박 모씨는 "우리 동포니까 동포로 불러야 한다"면서 "조선족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 동포로 인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비하 발언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조선족', '중국동포' 호칭 논란과는 별도로 이들에 대한 혐오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면서 이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경우 혐오 발언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또 최근 대림동에서 중국 동포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중국 동포 피의자 2명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또다시 대림동 지역과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중국동포협회 관계자는 혐오성 발언 중단을 촉구했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도 혐오는 이어졌고 최근 사건을 비롯해서도 계속해서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다 같은 사람 아닌가, 사람에 대한 혐오를 멈춰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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