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모든 독점은 나쁘고 심지어 불길한 것?
<독은 아름답다> 함민복
은행나무 열매에서 구린내가 난다
주의해주세요 구린내가 향기롭다
밤톨이 여물면서 밤송이가 따가워진다
날카롭게 찌르는 가시가 너그럽다
복어알을 먹으면 죽는다
복어의 독이 복어의 사랑이다
자식을 낳고 술을 끊은 친구가 있다
친구의 독한 마음이 아름답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찬란한 슬픔의 봄’ ‘외로운 황홀한 심사’ 같은 문구들이 줄줄이 생각납니다. ‘역설법’이라고 하죠. ‘언뜻 보기에는 어긋나거나 모순되는 말인 것 같은데, 사실 그 속에 진리를 담고 있는 수사법’이라는 게 사전적 정의입니다.
설날을 맞아 합본호를 냅니다. 무려 2주 동안을 함께할 것인 만큼 오래전부터 신경 써서 특집기사를 준비했죠. 짜자잔~ ‘승자독식 시대의 선한 독점’입니다. 모든 독점은 나쁜 것이고 심지어 불길한 것이라서 꼭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믿어왔는데, 선한 독점이라니… 그 역설의 선한 독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선한 독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독점은 악’이라는 패러다임부터 깨야 합니다. 더불어 ‘나쁜 독점 기업이니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던져버려야 합니다. 다만 1등 독점 기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한때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우버’는 온갖 구설수가 불거지면서 후발 주자 ‘리프트’에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내줘야 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시즌에 한 국회의원실이 자기네가 원하는 기사를 쓸 매체를 찾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카카오 선물하기 수수료가 꽤 높다. ‘독점에 의한 폐해’다. 먼저 기사를 내면 그걸 기반으로 국정감사 때 카카오를 공격하며 바람몰이를 해보겠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혁신에 의한 독점’입니다. ‘선물하기’라는 기존에 없던 개념을 만들어 냄으로써 지인 생일에 다양한 쿠폰이나 자잘한 선물을 보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죠. 입점 업체들은 어쨌든 새로운 유통 채널을 하나 더 만나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고요. 선물하기 수수료가 너무 비싸 득보다 실이 크다면 업체들이 알아서 입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아주 높다고 하기도 애매했고요. 해당 국회의원실 접근은 ‘무조건 독점은 나쁘니 규제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하려면 다른 데는 입점하지 말라’든가 ‘다른 곳에 올릴 때는 더 비싸게 올리라’고 강요하는 등 독점을 무기 삼아 얼토당토않는 요구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이번 호에도 독자 분들의 재테크를 도와드릴 기사가 한 아름 실려 있습니다. 한국기업데이터와 손잡고 ‘새해 유망 기업’도 꼽아봤고, 신축년 IPO 지도도 그렸습니다. 올해 가장 관심이 높은 업종인 반도체주 관련 ‘파운드리 대해부’ 기사도 꼭 읽어보시길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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