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도 못 받는 다점포 점주들 "억울해요"

노승욱 2021. 2.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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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금 내고 고용할 거 다 했는데 다점포라고 지원이 안 된다니… 명의 돌려 탈세하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서울에서 주점, 카페, 식당 등 16개 외식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A씨가 격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는 현재 50명 넘는 직원을 고용하며 2018년 신설된 최고 세율 구간의 소득세 42%를 내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이 2년간 30%나 올라도 직원 한 명 내보낸 적 없다. 이미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고 있어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던 그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주점, 식당은 저녁 9시까지만 영업하고 카페는 낮에도 배달, 포장만 하라는 정부의 방역 조치를 준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1년간 그가 운영하는 16개 매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단 한 개 매장분의 재난지원금뿐이었다. 나머지 15개는 ‘동일 점주 매장’이라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납세, 고용, 최저임금 인상, 방역 조치까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한 결과였다.

그가 선진국에서 장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미국은 고용 규모에 비례해서 재난지원금을 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손실분의 일정치를 정률 보상해준다. 일본은 저녁 8시까지 단축 영업하면 점포당 하루 6만엔씩, 한 달에 최대 186만엔(약 2000만원)을 지급한다. 2개점을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는 당연히 372만엔을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손실은 점포 수나 고용 규모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비대면·단축 영업으로 방역 효과가 발생하면 그 수혜는 우리 국민 전체가 누린다. K방역의 숨은 공신인 자영업자의 피해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점포 점주 A씨가 받은 지원금은 선진국 자영업자의 10분의 1도 채 안 된다. 4차 재난지원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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