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5% '코로나 걱정'..미국인(68%)보다 훨씬 커
'코로나 종식 가능성'..10명 중 4명 이상 "없다"
한국인 거의 대부분(95.6%)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이나 그 영향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미국인들은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걱정한다고 답한 것보다 크게 대비된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이 3차 대유행을 겪으며 올해까지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영업자, 실직·무직자, 주부 등 순으로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16명 대상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5점 척도로 물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4~5점)는 응답률은 72.8%로 지난해 10월 57.1%보다 15.7% 포인트나 상승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1~2점)는 응답자는 전체의 4.5%에 그쳤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자의 직업 분류를 보면 자영업(79.4%)이 가장 높고 다음이 무직·퇴직·기타(74.6%), 주부(74.4%), 사무·전문(73.2%), 영업·서비스(72.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우울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판 우울증 선별 도구로 평가한 결과 1월 우울 점수는 7.91점으로 지난해 6월 6.75점 대비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고한 사람의 절반 이상인 52.9%가 우울군으로 나타났다. 나이대별로는 20대가 46.5%로 높았고 60대 이상이 26.8%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이나 그 영향을 얼마나 걱정·우려하는지 묻는 말에는 전체의 95.6%가 걱정된다(매우+어느 정도)고 답했다. 이는 같은 문항으로 질문한 미국 비영리 보건기관(Kaiser Family Foundation) 조사 결과 68%에 비해 매우 큰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10점 척도(전적으로 긍정적 1점~전적으로 부정적 10점)로 물었을 때 59.6%는 감염병 유행 장기화가 자기 삶의 질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7~10점)고 답했다.
유 교수는 이와 관련 “코로나 1년을 맞아 전 사회적인 심리 회복과 정신건강문제 예방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며 “나 홀로 초고도의 긴장 속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각자도생형 K개인방역에서 코로나 1년으로 점차 더 힘들어지고 취약해진 서로를 알고 도우며 함께 가는 K공동체 방역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코로나19 종식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5%였고 45.5%는 없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손실 보장 법제화 과정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사이에선 선별 지급하자는 의견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응답이 52.9%로 지난해 4월 59.7%보다 감소했고 선별적으로 차등 분배하자는 응답은 40.3%에서 47.1%로 증가했다.
정부가 2월부터 전 국민 70% 접종을 통한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예방접종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 백신 접종 의향이 높다는 응답은 46.8%로 나타났다. ‘접종 의향이 낮다’는 답변은 15.7%였고 37.5%는 ‘접종할지 말지 반반’이라고 답했다.
나이대별로 보면 고령일수록 접종 의향이 높았고 반대로 젊을수록 의향이 낮다는 의견과 반반이라는 유보적인 태도가 높게 나타났다.
접종 의향이 높다는 답변은 60대 이상에서 57.4%인 반면 젊을수록 낮아졌다. 20대 32.4%, 30대 32.5% 등으로 20~30대는 접종 의향이 높은 사람이 3분의 1이 채 안 됐다.
응답자의 42.7%는 자신의 백신 접종 시기를 올해 말로 예상했고, 30.9%는 중순이라고 답했다.
백신의 개발사(종류)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50.2%는 방역 당국 입장에 동의했고 41.8%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다양한 문항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과 태도가 보이지만 백신의 안전과 효과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리터러시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대·30대의 젊은 층과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백신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일관되게 차이가 나타나는 점은 앞으로의 백신 및 코로나19 신뢰와 소통의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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