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가장 안전하니 등교수업? 실상은 이렇다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전대원 2021. 2. 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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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의 교육이야기] 코로나19 사태, 학교는 마지막 보루

[전대원 기자]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27일 오후 ‘코로나19 대응 1년, 학교방역 평가회’를 주재하고 있다.
ⓒ 교육부
 
방학 중이지만 물밑에서는 신학년도 준비가 한참이다. 예년 같으면 작년에 하던 대로 하면 되니깐 겨울방학 시기가 수월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가 않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특별한 내용이 있더라도 기본적 학사 일정은 대동소이하니 무슨 발표를 하건 말건 학교에선 신경을 덜 썼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 등교 수업은 얼마나 할 것인지, 원격 수업의 형태는 어떻게 될까 등 여러 대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추이에 따라 모든 것이 유동적이기에 지금 현재로서도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은경 청장이 참여한 논문

지난주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 하나가 발표되면서 일파만파가 있었다. 대한소아감염학회지에 발표된 것으로 작년 5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감염 위험이 낮았다는 결론이 핵심이다.

학교와 방역이 연관된 주제가 논문으로 발표되자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이 많이 읽지도 않았을 논문이 논란을 가열시켰다. 어느 국회의원은 의혹을 제기하고 신문에서는 실명 칼럼을 통해 등교를 확대하라는 글들이 나왔다. 안 그래도 계속되는 원격 수업에 지쳐가고 있는 국민들이 반색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등교 수업에 대한 관심은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나 관심이 있을 일이지 여기에 무슨 국민씩이나 언급 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리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학교가 은근 국민 생활의 표준으로 작용한다. 작년 3월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을 하지 못하였을 때, 심리적 충격은 교육계 차원을 넘어서 전 국민에게 미쳤다.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라도 경기를 개막하려고 할 때도 학교의 등교 개학 시점이 언제인가 눈치를 봤고, 일부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것도 학교의 상태를 보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학교는 학생뿐 아니라 대한민국 생활 전반에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다.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갈 때는 모르다가 부재했을 때 그 빈자리를 문득 크게 느끼게 되는 공간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면, 감염자 숫자가 적었을 때 127명의 감염 아동을 분석한 논문 하나를 갖고 전면 개학을 해야 한다느니,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느니 하는 섣부른 주장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 연합뉴스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

학교가 가장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장소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방역조처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는 절대로 물리적으로 안전한 곳은 아니다.

그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 안에서 빼곡히 모여 생활한다. 등교 개학을 하면 그 많은 인원이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한다. 상상을 해보시라. 자영업자가 하는 조그만 식당에서도 감염 위험 때문에 벌벌 떨고 있는데, 수백 명이 집단으로 식사를 하는 학교 식당이 물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 와중에도 학교 감염병 사태가 낮았다면 그게 얼마나 고생스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지, 이렇게 안전하니 당장 모든 학생 전면 개학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 방역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전국에 있는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나오고 있는 집단감염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사회적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슷하게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도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하면 어떤 가공할 사태를 낳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식당 등 영업점에서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거나 발열 체크 등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면 반발하여 힘들다는 하소연이 있다.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대규모 인원이라 관리가 쉽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작년에 처음 등교 개학이 실시되었을 때 학교는 식당에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학생들을 한 칸씩 떨어져 앉게 하였다. 처음에는 긴장감으로 지시를 잘 따르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에서 감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2학기 말에 교사의 눈을 피해 붙어 앉아서 밥을 먹는 학생들을 떨어뜨려 놓느라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떨어지라 하면 '예, 알겠습니다'하고 순종하는 착한 학생을 떠올리겠지만, 집단화된 사람에게 규칙을 지키게 하는 어려움은 교사-학생 관계라 하여도 여전히 존재한다.

떨어져 앉는 척하다가 다시 붙어 앉고 노골적으로 꼭 그럴 필요가 있냐고 반발을 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점심시간에 감염 대책을 포함한 급식 지도를 제대로 한번 하고 나면 수업시간보다 더 녹초가 된다. 그럼에도 학교는 안전해야 하기에 사명감을 갖고 강력한 통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일주일에 2매씩 구매 가능하던 시절에 교사도 똑같이 마스크를 일주일에 2매만 구매할 수 있었다. 1시간 내내 떠들고 나면 마스크는 침으로 젖어 있었다. 그 냄새 나는 마스크를 갖고 또 수업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마스크를 게을리 쓰면 학생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수업을 듣는 학생은 턱스크를 할지라도 수업을 위해 계속 떠들어야 하는 교사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주일에 두 장으로 버틸 수 없으니, 두 아들 몫으로 산 마스크를 갖다가 썼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 여섯 장을 확보하여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두 아들에겐 너희는 집에 있으니 엄마 몫으로 산 것 하고 천 마스크로 버티라 했다. 그렇게 등교 개학 시기를 버텨 나갔다.

학교가 마스크를 보급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돌아갔다.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학교는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거란 걸. 그러니 안심하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대면 수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랫폼 '줌'. 특별한 대안이 없는 탓에 유사한 형태의 비디오 화상회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으나, 소통의 비효율, 학습 관리의 어려움, 소외감, 정서적 혼란, 피로 등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 줌
 
학교는 마지막 보루

학교가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은 원래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잘대기 위하여 모이고, 조금만 참으면 될 식사 시간에도 붙어 앉아 수다를 떨며 밥을 먹기 위하여 모여들었다. 이것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사회성이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장려해야 할 사회성을 통제해야 하니 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던 것이다.

특정 시기에 안정된 상황에서 조사된 논문 하나로 전면 개학을 무모하게 주장하는 칼럼니스트나 정치가의 주장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코로나19가 퍼진 세상에서 학교는 쉬는 시간이면 콜센터가 되고, 각종 공간은 또래 아이들의 사교 공간이 되며, 학교 식당은 어느 조그만 식당보다 밀집해서 식사를 하는 곳이 된다. 방역에서 온갖 안 좋은 조건들은 다 갖추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한 선호도 냉철히 생각해봤으면 한다. 온라인 콘텐츠를 보게 하니 제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고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부작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서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업을 100%로 진행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많다. 학교 교실에서 40~50분 씩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것과 컴퓨터 화면을 통해 화상으로 수업을 하는 건 피로도의 차이가 무척 크다.

무조건 실시간 쌍방향을 늘리라는 주문보다 그때 그때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학교가 고민하고 선택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실제로 수업을 하는 건 학생과 교사이지 그걸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원격 수업 시 콘텐츠 제공 일방향 수업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느 수업 형태가 좋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일은 아닌 듯하다. 

수업을 안 하니 편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을 때 뭐라 답해야 할지 멍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교육이 가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를 모르고서 한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 올해 신학기에도 학생들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학교·학급 학생 위주로 등교 수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학생 수 30명 이상인 학급에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 등을 위해 기간제 교사 약 2천명이 지원된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모습.
ⓒ 연합뉴스
 
언젠가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한다면 그것의 상징은 우리가 늘 계속해오던 그 시기에 등교를 하고, 늘 하던 장소에서 수업이 이뤄지며, 교사와 학생이, 학생과 학생이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소통하는 그 모습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날이 빨리 오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조그만 불편함을 참고서 재삼재사 학교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학교 일정을 진행해 가야 한다. 학교는 마지막까지 절대로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어선 안 되는 최후의 보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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