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법관 탄핵' 발의, 160명 향해간다.. 그래도 남은 변수
[박소희 기자]
▲ '사법농단 법관탄핵' 한목소리...이탄희·류호정·강민정·용혜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류호정 정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에 따르면, 1월 31일 오후 10시 기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 발의에 동참의사를 밝힌 의원 수는 150 중반대다.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법관 탄핵 추진을 정한 뒤 곧바로 주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일에도 공동발의 참여 의원이 추가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분위기다.
이 의원이 지난 22일 처음 법관 탄핵을 공개 제안했을 때까지만 해도 참여 의원은 총 107명이었다. 탄핵 소추안 발의 정족수(100명, 재적의원 3분의 1)를 겨우 넘긴 인원이었다. 중간중간 '지도부가 부정적'이라며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의원총회, 또 의원총회를 거쳐 민주당 지도부의 결심이 섰다. 주저하던 의원들도 점점 돌아섰다. '세월호 7시간 보도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 무죄가 나왔지만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판단이 나온 임성근 판사에게 헌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 페이스북 등에서 법관 탄핵 공개 지지를 밝히는 의원들도 꾸준히 늘었다.
▲ 2018년 11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
ⓒ 연합뉴스 |
이 상황을 빤히 알고 있던 것일까? 2018년 11월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의 권형관, 박노을, 박찬석, 이영제, 이인경, 차경환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에서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하여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형사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교정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탄핵 소추 권한을 가진 국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 역할을 못했다. 2020년 말, 임성근 판사가 2월 28일자로 퇴직한다는 소식이 들려진 뒤에야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2021년 2월 1일, 국회는 헌정 사상 세 번째 법관 탄핵 소추를 앞두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오후 드디어 사법농단 연루 법관, 임성근 판사의 탄핵 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고개 또 고개 넘었지만... 정말 통과될까
발의 의원 수가 의결 정족수를 이미 넘은 상황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실제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이어지느냐다.
탄핵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역대 국회에선 지금까지 20차례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가결은 딱 두 번,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만 국회를 통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되거나 처리 시한인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헌정 사상 첫 탄핵 소추 대상이었던 유태흥 대법원장(1985년)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했던 신영철 대법관(2009년)도 그랬다.
결국 흐지부지된 탄핵소추는 '의결 가능성은 낮지만, 탄핵 기록을 의정사에 남기기 위해'와 같은 목적으로 발의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의결된 탄핵소추는 탄핵 추진세력이 자신의 명운을 걸고 국회 통과에 사력을 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나 민심의 반발로 선거에서 패배할 위험에 대한 부담도 고스란히 감수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지금의 변수는 174석 과반 여당, 민주당이다. 이낙연 대표, 김종민 수석최고위원, 신동근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음에도 '당에서 법관 탄핵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어딘가 미적지근한 당의 태도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이 연일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공격해도 민주당은 대응을 삼가는 모습이다. 사실상 당론인데도 "국민의힘은 전신인 새누리당이 배출한 탄핵 대통령의 재판거래라는 전대미문의 사법농단에 대한 공동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신영대 대변인)"는 반박 메시지는 31일 오후에서야 나왔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가 갈등을 줄이겠다는 것이고, 민심 격변기인 설 연휴에, 재·보선도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여권도 (법관 탄핵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50명을 넘겨서 발의하더라도 의원마다 정국을 판단하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무기명 표결이라 부결 가능성도 있다"고도 봤다.
다만 엄 소장은 "민주당으로선 부결됐을 때 역풍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법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다면 그 명분대로 쭉 밀고 가면 된다"며 "부결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튄다"고 말했다. 또 "초유의 일이라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다"며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 당내 진통 없이 추진과정을 잘 정리할 수 있느냐,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태도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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