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끝도 없다"..설민석 하차한 '벌거벗은 세계사' 또 논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다시 역사 전문가로부터 오류를 지적받았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프로그램을 봤다”며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며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혹평했다.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어서 신뢰할 수 없는 역사적 자료를 사실인 양 해석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또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는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다”며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비판했다.
앞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곽 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그냥 보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이에 tvN 측은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인정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강사 설민석의 논문 표절 논란까지 불거지며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방송된 프로그램은 설민석이 하차한 후 매회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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