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이 나를 본뜬 '리얼돌' 만든다면

최은희 2021. 2. 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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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성적 대상화, 인간 존엄 훼손, 아동성착취.

법률사무소 청률 제아름 변호사는 "현행법상 동의 없이 특정인의 얼굴을 이용해 리얼돌을 제작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초상권 침해를 들어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수 있으나,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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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전 여자친구나 연예인 사진 들고 오지만 위법 우려 거절"
변호사 "현행 법률상 형사처벌 한계..초상권 침해 손배소 가능"
지난 27일 찾은 경기 용인시 리얼돌 제작 업체. 내부 곳곳에 사람 형상을 본뜬 리얼돌이 전시되어 있다.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성적 대상화, 인간 존엄 훼손, 아동성착취.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가 결정으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딥페이크’와 유사한 부작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딥페이크는 사람의 이미지나 음성 등을 합성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미한다. 음란물에 얼굴을 합성해 가짜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사진이나 영상의 진위 여부 판단이 어렵다. 국내에서도 해당 기술을 활용한 성범죄가 늘었다. 가해자는 음란물에 유명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불법 유포했다. 국민의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도 그중 한 사례이다.

리얼돌 역시 딥페이크처럼 성범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리얼돌은 세세한 신체 부위까지 개개인의 욕구를 반영,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리얼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초상권·인격권 침해에 의한 새로운 성폭력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일부 리얼돌 업체는 원하는 얼굴, 머리 스타일, 점 위치까지 맞춤제작이 가능하다고 홍보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19년 26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이 점을 리얼돌 수입 및 판매 전면금지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특정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성인용품 제작에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리얼돌 업체를 찾았다. 리얼돌 제작해 판매하는 이 업체 곳곳에는 여성의 형상을 본뜬 신체 부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실리콘으로 제작한 손·발 모형은 지문과 주름이 선명했다. 

맞춤 제작은 어느 정도로 정교할까. 업체 대표 곽모씨는 “유두, 성기, 음모는 물론 점, 핏줄까지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옵션이 추가된다”며 “실제 사람 같은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계약 모델의 신체를 본떠 제작한다”고 밝혔다.

유명인이나 지인 등 특정 인물 모사는 어떨까. 곽씨는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행위를 뭣하러 하겠나”라면서도 “다만 업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실존인물을 본뜨는 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전 여자친구나 연예인 사진을 들고 오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우엔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9월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에 항의해 열린 시위 현장. 연합뉴스
리얼돌 판매의 가장 큰 문제는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다. 합법적인 국내 리얼돌 시장 역시 기호에 따른 맞춤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초상권·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묘사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존인물을 토대로 리얼돌을 의뢰·제작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얼돌 관련 법안이 명확하지 않아,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률사무소 청률 제아름 변호사는 “현행법상 동의 없이 특정인의 얼굴을 이용해 리얼돌을 제작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초상권 침해를 들어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수 있으나,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계로 최락구 변호사는 “법률적 문제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기에 단정할 수 없지만 아마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리얼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리얼돌 제작 의도나 판매 여부, 특정인 합성 여부 등 사안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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