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 할게요, 왜 그리 융통성 없어요" 사장님은 힘들다

강보현 2021. 2.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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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요즘 따로 예약을 한 다음 한 방에 5명 이상 모여서 노는 손님을 잡아내느라 근무시간마다 진땀을 빼고 있다.

5명 이상 모여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직원과 방역수칙을 몰래 어기려다 적발된 손님 간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A씨는 "신고라도 들어오면 우리만 벌금 물고 책임지는데, 이런 식으로 '꼼수 모임'을 호텔에서 가지려는 손님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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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헬스장,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매장 내에서 식음료를 취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요즘 따로 예약을 한 다음 한 방에 5명 이상 모여서 노는 손님을 잡아내느라 근무시간마다 진땀을 빼고 있다. A씨는 31일 “엊그제도 세 팀이나 퇴소 조치를 했다”면서 “방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입실 후 슬그머니 모이는지 우리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느냐”고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방역 지침 위반을 발견하면 새벽에라도 집에 돌려보내야 하고, 5명 이상이 모이는지 밤새 감시해야 해 숙박업소 직원들은 요즘 울상이다.

5명 이상 모여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직원과 방역수칙을 몰래 어기려다 적발된 손님 간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체크인을 할 때 ‘다른 방의 일행과 같은 층으로 배정해 달라’는 손님에게 “5명 이상이 일행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된 이상 입실이 불가능하다”며 제지하자 손님이 ‘일행이 아니라 아는 사이’라며 우기는 식이다. A씨는 “신고라도 들어오면 우리만 벌금 물고 책임지는데, 이런 식으로 ‘꼼수 모임’을 호텔에서 가지려는 손님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으려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곤욕을 치르는 이들은 숙박업소 직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방역 수칙 준수 요구를 비난하는 손님들의 원성까지 감내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려다 역으로 ‘융통성 없는 식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도 있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모(33)씨는 “매장 내 5인 이상 취식은 어렵다고 안내하자 ‘사장님은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냐’ ‘다신 여기 안 오겠다’며 손님들이 화를 내더라”며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끝나도 이곳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 하는데, 융통성 없고 깐깐한 사장이라고 주변에서 소문이 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도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단체 예약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전화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씨 가게에는 5인 이상 예약 전화가 하루에 최소 3통씩은 걸려 온다고 한다.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이라고 우기는 이들도 있다. 서씨는 “지난 주말에는 6명이 함께 와서 ‘직계가족이니까 한 테이블에서 먹겠다’고 하길래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했더니 ‘당신이 뭔데 그런 것을 요구하느냐, 밥 먹을 데가 여기밖에 없는 줄 아느냐’고 욕을 하며 나갔다”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관리 감독 부실과 형평성에 안 맞는 과태료 부과 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1)씨는 “주변 카페도 대부분 5인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벌금을 냈다는 사람 못 들어 봤고, 구청이 검사를 나온 적도 없었다”며 “열심히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렇게 손님들이 배짱을 부리는데 사업주 과태료는 최대 300만원이고 손님은 10만원인 것도 형평성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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