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한은 적립금에 증세까지..4차지원금·손실보상제 총동원령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올해 1분기 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금으로 풀자는 주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면서다.
지난 2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신속하고 유연하게’란 원칙을 가지고 정부에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방점은 ‘신속하게’에 찍혔다. 지방자치단체 재ㆍ보궐 선거가 있는 4월 전 지급을 사실상 공식화한 발언이다.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 4월 선거 전 지급이 무산되면서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 국민에게 지원하되 피해가 큰 소상공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에게 더 얹어주는 ‘보편+선별’ 지급안이 여당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20조원 안팎 돈이 들어가는 방안이다. 전 국민에게 지급됐던 1차 지원금 규모(14조3000억원)를 뛰어넘는다.
정부 쪽에선 선별 지급안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피해 소상공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등에 선별 지급된 2차와 3차 재난지원금 역시 7조8000억원, 9조3000억원 규모였다.
여윳돈은 없다. 지난해 정부 본예산 가운데 비상금 성격인 목적예비비는 1조300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7조원 가운데 4조8000억원은 3차 재난지원금, 9000억원은 코로나19 백신 구입 비용으로 이미 썼다.
최대 20조원으로 이를 전망인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려면 추경 말고는 답이 없다. 이 대표의 말처럼 “신속하게” 지원하려면 올 1분기 안 추경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분기에 추가 예산을 짜는 이례적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쳤던 1998~1999년 이후 처음이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956조원에 도달한 나랏빚이 올해 추경이 잇따른다면 10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본예산을 확정할 때 정부ㆍ여당에서 지급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그 사이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강력해진 것도 아니다”라며 “(1분기 추경 편성은) 4월 선거를 염두에 둔 100% 정치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여당은 재ㆍ보궐 선거 이후에도 코로나 대책을 토막토막 발표하며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전혀 체계적이지도, 통합적이지도 않게 대책을 땜질식으로 내놓고 있는 탓에 돈은 돈 대로 들고 제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급 적용은 어렵게 됐지만 자영업 손실보상제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뒷받침할 상생협력연대기금의 윤곽도 잡혀가는 중이다. 재난 발생 시 정부 조치로 피해를 본 업종에 임대료ㆍ생계비 등을 지원할 때 이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내용이다.
기금을 채울 때 세금 공제 혜택을 통해 민간 기부금을 일단 받고 한국은행 법정적립금 일부, 가상화폐 양도소득세 수입을 활용하자는 안이 나왔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상생협력연대기금 제정 초안이다. 여당은 이르면 2월 국회에서 상생협력연대기금 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걸어온 길을 보면 상생협력연대기금 역시 나랏돈 ‘돌려막기’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익을 본 대기업이 출연한 돈으로 피해 농어촌을 지원하자는 목적으로 2015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10% 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에도 민간 대기업의 참여는 저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성액 1243억원 가운데 민간 기업 출연은 365억원으로 29.3% 비중에 그쳤다. 대부분 공기업(70.5%)이 낸 돈이다.
이 때문에 여당 일각에선 손실보상제 재원 마련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올리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 28일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부가세 1~2%(포인트)를 더 부과한 뒤 기금을 마련해 보상액을 지급”하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증세는 여론 역풍이 클 수 있어 여당이 현 단계에서 추진할 가능성은 작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보상금,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결국 정부 재정을 주된 재원으로 해야 할 텐데 국민 모두가 낸 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눠줄 지 다시 한 번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이미 1~3차 지원금이 나갔고 영업도 일부 재개된 상태인데 국민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여당이 이렇게 섣불리 추진하는 건 너무 포퓰리즘(대중 영합)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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