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원전 지어 北지원..삭제문서에 3가지 시나리오 있었다"
北신포 원전, 남측 신한울서 전력공급도 검토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 직전(2019년 12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북한 원전’ 문서에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구체적 방안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31일 “산업부 직원들이 2018년 5월에 작성했다가 나중에 삭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 부지로 내정했던 장소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짓는 방안, 신한울 3ㆍ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전력을 보내는 방안 등 3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KEDO는 19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서 경수로 건설을 시작했으나,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이 드러나는 바람에 북미 관계가 엉크러져 결국 2006년 경수로 사업이 종료되고 말았다. 또 신한울 3ㆍ4호기는 2015년 건설이 확정돼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도 2020년 월성 원전 감사를 벌이면서 해당 문서의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문서의 내용에 대해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신 대변인은 “이 문서는 추가적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며 “따라서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정부가 탈원전을 하겠다며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신한울 3ㆍ4호기 공사를 세워놨는데 북한 전력지원을 위해 이를 다시 완공하겠다는 발상은 단순히 실무진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청와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내용”이란 지적이 나왔다. 또 DMZ에 원전을 짓겠다는 구상도 DMZ 생태계 보존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파격적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문서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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