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로부터 지켜줘 고맙소" 프랑스 마을에 27억 유산 남겼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90세 남성이 사망하기 전, 자신과 가족을 나치의 박해로부터 지켜준 프랑스의 한 마을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영국 BBC와 가디언,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0세로 별세한 에릭 슈밤은 프랑스의 르 샹봉 마을에 200만 유로(27억원)를 유산으로 남겼다. 르 샹봉 마을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지켜줬다.
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약 3주 전 "슈밤의 유산을 마을을 위해 써 달라"는 공증인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프랑스 리옹에서 결혼한 슈밤 부부에게 자녀는 없었으며 슈밤이 지난해 12월 숨졌을 때 아내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슈밤은 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기부에 대해서도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슈밤이 1943년 가족과 함께 르 샹봉 마을에 도착했다는 것, 슈밤의 아버지는 의사였다는 것이다.
르 샹봉 마을 측은 AFP통신에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이 유산을 슈밤의 뜻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유언장에서 슈밤은 "마을 주민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교육과 청년 육성 사업 등에 자금을 대는 데 유산이 쓰이도록 요청했다. 시청 측은 이 밖에도 보건소 지원,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도 기부금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르 샹봉 마을이 프랑스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은 위그노(프랑스 프로테스탄트 칼뱅파 교도)를 숨겨준 역사가 있는 등 탄압받은 이들의 ‘피난처’로 유명하다고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지역 목사 부부가 나서서 유대인들을 나치로부터 보호하자고 호소했고, 많은 주민들이 협력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유대인은 수천 명에 이른다.
홀로코스트 추모센터인 이스라엘 '야드 바셈'은 홀로코스트로부터 유대인을 지켜준 비유대인에게 바치는 '정의로운 사람(의인)' 칭호를 1990년 이 마을에 붙였다.
CNN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4월 홀로코스트 기념식 연설에서 르 샹봉 마을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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