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왜 나냐면②] "정권심판? 시민 삶 먼저" 이종구의 경제시장론
국민의힘은 4ㆍ7 보궐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비전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PT)’이란 걸 도입했다. 자신이 시장이 돼야하는 이유를 7분 내에 설득력 있게 제시하라는 취지다. 서울의 예비후보들은 29일 오후 2시부터 PT를 했는데, 첫 번째 주자인 이종구 전 의원은 유독 “뿐지르겠다”(‘분지르다’의 센 발음)는 말을 자주 썼다. 언뜻 보면 엘리트 경제 관료 출신의 경제전문가란 평소 이미지와 결이 다른 표현이다. PT 직후인 그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인터뷰에서 그것부터 물었다.
Q : 뿐지르겠다? 무슨 의미인가.
A : “박원순 전 시장의 시정 10년은 오로지 말 뿐이었다. 딱 부러지게 할건 하고 말 건 말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나는 ‘행동하겠다’는 의미다. 재개발ㆍ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해서 1, 2년 안에 결정짓겠다는 거다.”
Q : PT에 주어진 7분 전체를 경제 이슈에 다 쓰다시피 하더라.
A : “우리 당 후보 8명 중에 경제전문가는 나밖에 없다. 서울 시민들이 원하는 삶을 어떻게 만들 건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경제시장이란 컨셉은 유권자를 향한 그의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다. 선거 캐치 프레이즈도 ‘내 삶에 힘이 될 경제시장’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실무를 지휘하며 위기를 수습했는데, 그는 이 때의 경험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됬지만, 어찌보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한다. “위기를 수습해본 경험에 3선 의원을 지내면서 세금과 부동산, 재정, 금융, 서민금융을 두루 다뤘다”는 점 또한 그의 주요 경쟁력이다.
Q : 부동산때문에 난리다.
A : “공급과 세금 등이 얽혀있다.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한데, 첫째는 무조건 물량 공급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15평 안팎의 매력있는 주택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풀면 물량이 또 나올 거다. 종부세? 지금 서울의 아파트값 중위 가격이 10억원에 가깝다. 편가르기 세금으로, 없애야 한다."
Q : 시장 되면 ‘이것은 반드시 한다’고 약속할 건 뭔가.
A : “서울에 60개 대학이 있다. 여기다 창업과 혁신을 모토로 산학 협동조합 클러스터를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묶여있는데, 서울시에서 40% 보증을 더해 최대 80%까지 지원하겠다.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로 통합한 뒤 강남ㆍ북 균형 발전기금을 꾸리겠다.”
Q : 본인의 약점은 뭔가.
A : “대중 정치가 약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정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공무원을 통솔하고,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 의회도 잘 설득해야 한다. 공격만 할 게 아니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거기엔 내가 적임이다.”
Q : 선거 판세는 어떻게 보나.
A : “야권 후보가 단일화돼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의원 110명 중에 우리 당은 6명이다. 25명의 구청장 중 24명이 민주당이고, 구의원도 70%를 저쪽이 장악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궐선거인 까닭에 쉬는 날도 아니다. 조직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권 여당이 정책 수단들을 막 뿌린다. 재난 지원금에 곧 부동산 대책도 내놓는다지 않나. 프레임을 원하는 대로 그린다.”
Q : 야권의 이른바 ‘BIG3(안철수ㆍ나경원ㆍ오세훈)’에 대한 평가는.
A : “‘안ㆍ나ㆍ오’는 안 나오시는 게 좋다는 말을 내가 만들었다. 안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든 원죄가 있다. 오 전 시장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시장직을 던졌다. 나 전 의원도 이유야 어떻든 지난 시장 선거에서 패했다.”
인터뷰 내내 경제시장을 얘기한 그가 볼 때 야권의 BIG3는 ‘정치 시장’이다. 이 전 의원은 “정치 시장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정권 심판보다는 실질적으로 서울시민의 삶을 개선할, 경제시장이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이 전 시장의 한 참모진은 이렇게 거들었다.
“대중성이 약하다고 했는데, 본인이 한 일도 굳이 잘 알리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호남을 챙긴 거다. 본적이 전남 보성인 인연으로 선대(이중재 전 의원)때부터 호남 지역의 민원을 청취하는 창구였지만 굳이 생색을 내지 않는 게 이 전 의원의 성품이다.”
권호 기자, 김수현 인턴 기자 gnomon@joongang.co.kr
☞ 서울, 왜 나냐면=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에 비해 노출 빈도가 낮은 예비 후보들의 비전과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인터뷰 시리즈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지낸 예비 후보들이 주요 인터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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