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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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 앞에 눈사람 삼형제가 나란히 서 있다.
누군가 동그란 눈송이 두 개를 뭉쳐 올려놓은 것이라 소박하게 보인다.
두 가게에서 공동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 것 같다.
어느 카페 앞에 세워 놓은 눈사람의 목을 자른 남자의 마음은 어떤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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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 앞에 눈사람 삼형제가 나란히 서 있다. 누군가 동그란 눈송이 두 개를 뭉쳐 올려놓은 것이라 소박하게 보인다. 규모는 작아도 커다란 단추를 두 개씩 박아둬 동그란 눈이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선명하다. 마스크도 쓰고 있어 이 시대를 하께 사는 이웃처럼 정감이 간다. 옆 가게가 옷 수선집이라 커다란 단추를 붙인 듯하다. 두 가게에서 공동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 것 같다.
어릴 때는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 날은 산토끼가 발이 빠져 달아나지 못한다며 토끼몰이를 가자고 했다. 동네 형들을 따라 나섰지만 토끼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설원을 누비며 뛰어다니느라 추운 줄도 몰랐다. 등에서는 김이 오르고 바짓가랑이가 다 젖었지만 신나게 쏘다녔다. 꽁꽁 언 몸으로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묻어둔 고구마를 꺼내 주셨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지금도 군고구마가 생각날 때가 있다.
눈 오는 날은 날씨가 포근하다. 눈을 굴려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면 그 위에 작은 머리를 얹어야 하는데 힘이 부쳤다. 어른들이 번쩍 들어 올려줄 때도 있었다. 이렇게 만든 눈덩이에 까만 숯덩이 두 개를 붙여 눈을 만들고 붉은 고추를 옆으로 꽂아 입술을 만들었다. 솔가지를 꽂아 머리카락을 표현하고, 또래들과 서로 크게 만들려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왜 그토록 눈사람에 집착했었는지.
작긴 해도 서울에서 눈사람을 만나다니. 유년의 동심을 일깨워주기에 한참을 지켜봤다. 지나는 여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했다. 눈꽃처럼 아름다운 마음들이 제작한 민예품처럼 정겹다. 점점 꿈을 잃어가는 세상이다. 어느 카페 앞에 세워 놓은 눈사람의 목을 자른 남자의 마음은 어떤 빛깔일까. 분명한 것은 순결한 흰색은 아닐 것 같다. 심술궂은 사람의 마음은 시커먼 색이 아닐까. 동심은 천심이라 했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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