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횟수 줄었는데 유치원비 불변, 고민스런 부모들

최지웅 2021. 2. 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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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40대 전업주부 원모씨는 지난 23일 7살짜리 딸 아이를 더이상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34·여)씨는 "지난해 퇴소했다가 아이가 일생에 한 번뿐인 유치원 졸업장을 받지 못할까봐 재등록했다"며 "맞벌이다 보니 돌봄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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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우려까지 둘 다 떠안아
자녀 퇴소 결정 사례 늘어
한 어린이집 관계자가 마스크를 쓴 채 임시 휴원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 사는 40대 전업주부 원모씨는 지난 23일 7살짜리 딸 아이를 더이상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치원 새 학기 등록 안내문이 집에 도착했는데 문득 코로나19로 고생했던 지난 한 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씨는 31일 “지난해 3월부터 다녔는데 코로나19 유행과 겹치는 바람에 1주일에 평균 2~3일만 등원할 뿐 나머지는 집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비는 등원한 횟수와 관계없이 매월 30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원씨는 “부모에게 사실상 가정보육을 맡기는 꼴이니 다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등원하지 않는 날은 일부 환불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녀의 유치원 퇴소를 결정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등원 일수가 급감하면서 유치원비를 내는 것이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 감염 우려가 높아진 것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김모(44)씨는 7살 아들의 감염 걱정에 지난해 말 유치원 퇴소를 결정했다. 백신이 언제 공급될지도 불확실한 데다 완치자들이 겪는 후유증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를 1년 겪어 보니 아이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부모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집에서 돌봐주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유치원 교사들도 7살 아이를 중심으로 퇴소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이모(27·여)씨는 “6세반은 정원 22명 중 올해 2명만 퇴소했는데, 7세반은 31명 가운데 12명이 등록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비와 감염 부담을 둘 다 떠안느니 차라리 1년만 집에서 버티고 초등학교에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의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는 A씨(31·여) 역시 새 학기를 앞두고 원격수업 방침이나 환불규정, 원내 방역 관리 등을 묻는 부모들의 상담 요청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A씨는 “(원생 퇴소 증가로)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유치원이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내 유치원을 퇴소한 아동은 1700여명에 육박했다.

유치원 퇴소를 결정했다 번복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34·여)씨는 “지난해 퇴소했다가 아이가 일생에 한 번뿐인 유치원 졸업장을 받지 못할까봐 재등록했다”며 “맞벌이다 보니 돌봄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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