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법관 탄핵소추, 그 의미와 파급효과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사법부 자체가 대통령이나 국회 등 외부의 영향력을 벗어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영철 전 대법관 사건에서 보듯이 법관 개개인이 사법부 내에서도 대법관이나 법원장 등의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 제106조 1항은 이를 위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엄격한 신분 보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관에 대한 탄핵은 이처럼 강력한 신분 보장을 받는 법관이 명백하고 중대한 불법으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판단될 때에만 인정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선거중립 의무와 관련해 일부 불법이 인정됐지만, 그 중대성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이 기각됐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소추가 두 차례나 있었는데 왜 법관에 대해서는 한 건도 없었느냐고 말할 것도 아니다. 탄핵소추의 발의가 두 차례 있었지만 의결되지 못했을 따름이다. 오히려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에 충분히 탄핵소추 의결까지 가능한 현실이지만, 과연 여당의 일방적인 법관 탄핵소추가 정당한 것인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여당의 탄핵소추 주장이 법관의 중대한 불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위법 부당한 행위를 통제하는 재판에 대한 반발로 나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무위로 돌리는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왔을 때도 그렇고, 최강욱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도 그렇다. 이런 식으로 법관 탄핵이 주장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위협이고, 나아가 공정한 재판을 흔드는 것이다.
부당한 재판에 대한 항의라고 말하지 말라. 이해당사자 입장에서 정당-부당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도 무시하고, 그로 인해 수없이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수사로 인해 불리해질 경우에는 검찰 개혁을, 법원에서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법원 개혁과 법관 탄핵소추를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편향적이고 독선적인가.
100명이 넘는 여권 의원들이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채택은 아니지만 이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야흐로 법관 탄핵소추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첫째, 임 판사의 중대한 불법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는 달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농단 ‘의혹’은 아직도 의혹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연결시켜 탄핵까지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1심 재판부에서 임 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재판에 관여한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한 것을 탄핵소추의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관여의 정도 등이 중대한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셋째, 임 판사는 2월 말 퇴직 예정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서둘러 진행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이미 퇴직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탄핵 결정이란 공직에서 파면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불법에 대한 형사처벌은 별도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미 퇴직한 상태라면 탄핵의 실효성이 없다.
넷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사실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법원과 판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길들이기에 이어 법원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회 의석 다수를 장악한 거여의 힘으로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검찰 개혁을 앞세워 검찰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법관을 탄핵한다면, 그런 국회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가진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회를 무력화시켜야 할까? 국회를 탄핵해야 할까? 그 때문에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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