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르신 곧 맞는데..마크롱도 "아스트라, 65세 이상 무용"

정부, 요양시설 노인 56만 접종 계획
식약처, 오늘 접종 적절성 발표 예정
이탈리아, 55세 이상 다른 백신 권고
아스트라 측 "고령층도 항체 생성"

마크롱

영국·스웨덴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65세 이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가세했다. 한국 정부는 이 백신을 올 상반기에 219만 명분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허가 심사 중인 이 백신과 관련해 오는 1일 발표 예정인 첫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의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언론 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0~65세 연령층엔 권유하지 않으며, 65세 이상에겐 무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은 그 이유에 대해 “(이 연령층에 대해선) 매우 적은 정보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이 ‘정보 부족’을 지적한 이유는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젊은층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2월 8일 의학 학술지 랜싯에 해당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참가자 중 65세 이상은 9.7%였다. 3상 임상시험 대상자 중 65세 이상이 22%인 화이자 백신과 비교했을 때 고령자 비중이 작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예방접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65세 이상 연령대의 임상시험 참가자 숫자가 적기 때문에 고령층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의약품청(AIFA)도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면서 55세 이상에 대해선 다른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은 2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질·안전성·효능을 평가한 결과 18세 이상에 대한 조건부 사용 승인을 권고한다”고 밝히고 65세 이상 연령층의 접종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한 1차 도입분을 포함한 물량을 상반기에 국내에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요양원 등 집단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56만6000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자문단) 회의를 열고 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임상적 의의, 대상 환자의 적정성 등을 논의했으며 결과는 1일 공개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의 ‘고령층 무용론’에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명을 내고 “고령층은 백신 2차 접종 뒤 항체 생성률이 100%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옥스퍼드대의 존 벨 교수는 BBC와 인터뷰하며 “마크롱의 수요 관리라는 의심이 든다”며 “(자국산) 백신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