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도 못해, 손주도 못봐..노년층 '코로나 블루' 짙어졌다
60대가 17%, 10명 중 7명이 여성
"노래교실도 문 닫아, 일상 답답해"
정부 "24시간 대기 정신응급팀 추진"
서울에 사는 이모(69·여)씨는 집안에서 홀로 우두커니 지내는 날이 잦다.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다. 격일로 집에 온다. 이씨는 집 밖이 두렵다고 한다.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옮을까 봐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던 동네 목욕탕을 지난해 8월부터 가지 않는다. 노래교실은 비말(침방울) 전파 우려로 문 닫혀 갈 수 없다. 노래교실 무대에서 언제 다시 마음 편히 이미자의 ‘섬진강 처녀’를 부를 수 있을지 기약 없다. 초교 동창회 단체여행도 언감생심이다. 더욱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수칙에 손주는 영상통화로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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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는 넋두리
그나마 ‘사랑방’ 미용실을 가끔 찾아 밀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19 일상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씨는 부쩍 “요즘 정말 우울하다”는 넋두리가 늘었다.
코로나19로 노년층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우울증 치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59만5043명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10만1681명(1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9만4290명)였다. 다음으로 50대(9만1366명), 70대(8만8339명), 40대(8만1375명), 30대(7만7666명)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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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확인된 코로나 블루
또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40만747명으로 남성(19만4296명)의 두배였다. 여성의 경우 60대 환자가 7만1478명(17.8%)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동반된 심리·경제적 불안으로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겪게 된다. 이런 코로나 블루가 이번 통계로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심평원 자료는 지난해 상반기만 집계한 수치다. 그런데도 우울증 치료 환자가 60만명 가까이 나온 것이다. 2019년 한해 79만9495명의 74.4%에 이른 수치다. 60대 노년층 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달 26일 ‘고령화 리뷰(39호)’를 냈다. 리뷰 속 ‘연령대별 정신질환 발생 추이와 시사점 : 코로나19의 잠재위험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정신과 진료 인원의 증가 추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고립감과 건강염려증, 경제 상황 악화 등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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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방역 중요"
조명희 의원은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심리적 방역이 바이러스 감염 차단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심리적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위해 다양한 심리치료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코로나 블루방지에 보다 더 적극 개입기로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건강 문제의 지원 대상을 그간 ‘정신질환자’에서 ‘전 국민’으로 넓혔다”며 “이를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정신응급팀 등을 만들고 권역별 정신응급의료센터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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