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북한원전추진? 감추니까 의심받는다

오병상 2021. 1. 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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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감사에서 드러난 문서삭제..검찰 포렌식 결과 '북원추?'
황당한 북한원전건설 추진..사실관계 설명하고 정책실패 사과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분홍빛 전망으로 김정은을 설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1.
북원추(북한지역 원자력건설추진)가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31일 거의 모든 주요정치인들이 한마디씩 했습니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국기문란’‘이적행위’라는 최강 표현을 동원했습니다.
여당은‘감히..북풍조작을’이라며 발끈했습니다. 이슈가 폭발성인데다 선거까지 앞둬 예사롭지 않습니다.

2.
보는 국민은 황당합니다.

2018년 월성원전 조기폐쇄 당시만해도 ‘에너지정책 논쟁’인줄 알았습니다.
2020년 감사원 감사결과‘자료 조작과 문서파기’로 비화됐습니다. 검찰수사를 불러들였습니다.
2021년 1월 28일 보도된 검찰 공소장에서‘북원추’라는 폴더가 확인되면서 북풍으로 폭발했습니다.

정책이 사건을 거쳐 정치가 됐습니다. 깔수록 심각해집니다.

3.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준다는 구상을 했던 건 사실로 보입니다.
산업부 과장이 새벽에 삭제한 문건을 보면 확인됩니다.

‘북원추’가 담긴 폴더 이름은 ‘pohjois’입니다. 핀란드어로 ‘북쪽’이랍니다. 폴더이름부터 감추려고 했네요.
‘북원추’관련 파일은 건설추진방안,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현황, (1994년 북한 경수로건설지원) 경험자 명단..등입니다.
북한에 원전을 짓기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4.
그런데 ‘북한에 원전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감시와 제재로 겹겹이 포위되어 있습니다. 일반 물자도 들어가기 어려운데, 원전 관련 시설을 어떻게 반입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우리가 보유한 원전기술이라 해도 핵심은 모두 미국 특허라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등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불가능한 꿈입니다.

5.
왜 이런 황당한 구상을 했을까요.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서가 작성된 시점이 말해줍니다. ‘북원추’파일은 2018년 5월 2일부터 15일 사이에 만들어졌습니다.

도보다리에서 문재인과 김정은이 밀담을 나눈 1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27일. 북한이 각국 언론인을 초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것이 5월 24일입니다.
이틀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보름뒤(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열렸습니다.

6.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통 크게 합의하면 대북 제재가 풀린다고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제재가 풀릴 경우 북한이 가장 필요한 것이 전력입니다. 그래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에 경수로원전을 지어주기로 했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다 드러났습니다. 그런 기대가 얼마나 나이브했는지..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리얼리티 만점‘홍보쇼’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의 참모들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실패입니다.

7.
지금 필요한 건 정치공방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입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려주면 판단은 유권자 각자가 합니다.
정치인들이 팩트 없이 목소리 높여봤자 감정의 골만 깊어집니다.

문재인 정부가 먼저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당시 판단이 결과적으로 맞지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면 됩니다.

8.
북한에 대한 태도는 국제정치적 상황과 정치지도자의 소신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당당히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집권자로서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판결문을 기다려야 할까요.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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