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 비켜" 이제는 '세컨드 가전' 전성시대

최현주 2021. 1. 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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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콕' 늘어나면서 수요 급증
식기세척기 50%, 의류관리기 33% 판매 ↑
LG·삼성전자 가전사업 실적도 사상 최대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53·회사원)씨는 지난해 말 80만원을 주고 ‘광파오븐’을 샀다. 광파오븐은 전자레인지와 오븐을 더한 요리기구다. 박씨는 이제껏 ‘가전제품은 고장 날 때까지 쓰는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TV와 세탁기도 각각 3년, 10년 전에 구매했다.

박씨는 “예전 같으면 ‘멀쩡한 오븐이 있는데 광파오븐을 왜 사려고 하느냐’며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겠지만, 20대 후반의 아들이 재택근무를 해 온 가족이 거의 종일 집에 있게 됐다”며 “꼼짝없이 세 끼니를 챙겨야 하는 아내가 힘들어 보여 선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는 의류관리기를 살 생각이다.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싶어서다. 박씨는 “고가 가전이고 사치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기청정기처럼 꼭 필요한 제품이 된 것 같아 설 상여금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이달 31일까지 ‘한마음 동행 페스타’를 진행한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LG베스트샵 강서본점에서 회사 모델들이 세일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LG 오브제컬렉션 스타일러, 워시타워, 1도어 컨버터블 냉장고. [사진 LG전자]


코로나19 여파로 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오븐 같은 이른바 ‘세컨드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냉장고·세탁기 같은 전통적인 ‘주류 가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비주류인 이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11월 말 기준)을 통한 가전제품 거래액은 23조8694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특히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자랜드에선 전년 대비 각각 150%, 33% 더 팔렸다.

가전‧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의류관리기 판매 대수는 2019년 45만 대에서 지난해 60만 대로 33% 늘었다. 식기세척기도 20만 대에서 30만 대로 50%가량 많이 팔렸다. LG전자의 식기세척기는 2019년 대비해 지난해 매출이 300% 늘었다.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도 20% 넘게 더 팔렸다.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식기세척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전자랜드]

국내 가전의 쌍두마차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생활가전(H&A)사업본부 매출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 22조2691억원, 영업이익 2조3526억원이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3%를 가전 부문이 벌었다.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이 10.6%로, 세계 판매 1위인 월풀(영업이익률 8.8%)보다 앞섰다.

삼성전자의 TV‧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도 지난해 매출 48조1700억원, 영업이익 3조5600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7.9%(3조4100억원), 36%(9500억원) 늘었다.

업계에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코로나19가 지속하고 있어 ‘집콕’ 수요가 여전해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식기세척기·건조기 등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경석 LG전자 H&A사업본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은 “차별화한 편리함을 갖춘 고급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고객들이 신가전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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