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 비켜" 이제는 '세컨드 가전' 전성시대
식기세척기 50%, 의류관리기 33% 판매 ↑
LG·삼성전자 가전사업 실적도 사상 최대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53·회사원)씨는 지난해 말 80만원을 주고 ‘광파오븐’을 샀다. 광파오븐은 전자레인지와 오븐을 더한 요리기구다. 박씨는 이제껏 ‘가전제품은 고장 날 때까지 쓰는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TV와 세탁기도 각각 3년, 10년 전에 구매했다.
박씨는 “예전 같으면 ‘멀쩡한 오븐이 있는데 광파오븐을 왜 사려고 하느냐’며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겠지만, 20대 후반의 아들이 재택근무를 해 온 가족이 거의 종일 집에 있게 됐다”며 “꼼짝없이 세 끼니를 챙겨야 하는 아내가 힘들어 보여 선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는 의류관리기를 살 생각이다.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싶어서다. 박씨는 “고가 가전이고 사치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기청정기처럼 꼭 필요한 제품이 된 것 같아 설 상여금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오븐 같은 이른바 ‘세컨드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냉장고·세탁기 같은 전통적인 ‘주류 가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비주류인 이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11월 말 기준)을 통한 가전제품 거래액은 23조8694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특히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자랜드에선 전년 대비 각각 150%, 33% 더 팔렸다.
가전‧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의류관리기 판매 대수는 2019년 45만 대에서 지난해 60만 대로 33% 늘었다. 식기세척기도 20만 대에서 30만 대로 50%가량 많이 팔렸다. LG전자의 식기세척기는 2019년 대비해 지난해 매출이 300% 늘었다.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도 20% 넘게 더 팔렸다.
국내 가전의 쌍두마차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생활가전(H&A)사업본부 매출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 22조2691억원, 영업이익 2조3526억원이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3%를 가전 부문이 벌었다.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이 10.6%로, 세계 판매 1위인 월풀(영업이익률 8.8%)보다 앞섰다.
삼성전자의 TV‧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도 지난해 매출 48조1700억원, 영업이익 3조5600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7.9%(3조4100억원), 36%(9500억원) 늘었다.
업계에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코로나19가 지속하고 있어 ‘집콕’ 수요가 여전해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식기세척기·건조기 등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경석 LG전자 H&A사업본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은 “차별화한 편리함을 갖춘 고급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고객들이 신가전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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