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울산, '양날의 검' 클럽월드컵 어떻게 휘두를까

서호정 기자 2021. 1. 31. 17:54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사령탑 부임 후 홍명보 감독은 클럽월드컵이라는 쉽지 않은 첫 시험대 앞에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울산 선수단은 지난 29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로 날아갔다. 겨우 한달 보름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익숙한 곳이다. FIFA 클럽월드컵을 준비 중인 도하는 울산이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일군 곳이다. 무패로 우승까지 달리던 기간 내내 활용한 유니버시티 훈련장에 들어서는 선수들의 모습은 클럽하우스처럼 익숙해 보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상황이 다르다. 그와 코치진은 선수단과 달리 처음 겪는 환경과 조건이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 체제로 아시아 정상에 오른 뒤 곧바로 '아름다운 결별'을 발표하고 홍명보 감독 선임을 알렸다. 아시아 대륙 챔피언의 자격으로 나서는 명예로운 무대가 부임한 지 한달도 안 된 홍명보 감독에게는 부담스러운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클럽월드컵에 대한 도전은 울산에는 양날의 검과 같다. 마음이야 총력을 다해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싶을 테다. K리그 팀의 클럽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2009년 포항이 기록한 3위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2016년 결승전까지 진출해 접전 끝에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가시마 앤틀러스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2018년에도 알 아인이 결승에 올라 레알 마드리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홈이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두 팀 모두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높인 건 분명했다. 


울산도 그런 성과를 원할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힘을 감안하면 가시마나 알 아인처럼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 체제의 4년을 종결 짓고, 홍명보 감독 체제로의 변화를 택했다. 감독 교체로 생기는 크고 작은 변화를 팀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다. 실제로 울산은 통영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카타르로 넘어간 상태다. 원래대로라면 연습 경기를 통해 전술적 색채를 더해야 하는 시기인데, 승리를 목표로 최소 2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연습 경기라면 팀은 많은 것을 실험할 수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하는 목적성이 분명한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를 넘어야 하는 게 지상 과제인 실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둔탁하거나, 의도된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상대 골망을 흔들고 저돌적인 상대 공격을 일대일로 저지하는 게 중요하다. 


클럽월드컵을 위해 카타드 도하에 입성한 울산 선수단. AFC

게다가 이전 클럽월드컵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대회가 2021년 2월에 열린다. 한달 반 동안 울산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다. 스쿼드 변화는 크다. 주장 신진호를 비롯해 이근호, 박주호, 정동호, 주니오, 박정인, 이상헌 등이 이적했다. 정승현도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어 이번 대회에 오지 못했다. 이청용, 홍철, 이동경, 고명진은 부상 회복을 위해 한국에 남았다. 김지현, 신형민, 그리고 아직 공식 발표만 못한 이동준이 가세했지만 아시아에서 양과 질에서 압도적이라 느껴지던 지난달의 그 스쿼드는 아니다. 타팀으로의 이적이 유력했다가 극적으로 잔류한 김태환, 김인성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다.


팀에 남은 두 외국인 선수 불투이스와 데이비슨은 긴 휴식 후 이번 클럽월드컵부터 팀에 합류했다. 주니오를 대신해 최전방에 영입된 오스트리아 전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루카스 힌터제어도 카타르에서 처음 팀과 함께 한다. 홍명보 감독이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며 전술적 트렌드를 좇기 위해 영입한 스페인 출신의 아벨 모렐로 로페스 코치도 카타르에서 본격적인 자기 역할을 하게 된다. 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성적이라는 기대치까지 더해진 상황이 됐다. 


게다가 상대 팀들은 대부분 시즌을 치르고 있어 경기 감각이 훨씬 우위에 있다. 울산이 2라운드에서 UANL 티그레스(멕시코)를 이길 경우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는 남미 챔피언인 파우메이라스(브라질)의 경우 자국 리그는 종료됐지만, 30일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을 치르고 넘어온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전력 차만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닌 상황이다. 막연히 기대하는 현 유럽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과의 만남이 얼마나 어려운 미션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양자택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양날의 검을 어떻게든 잘 활용해 자신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 홍명보 감독이 보여줘야 할 지혜다. 그는 "참가 팀 중 우리만 프리시즌 성격이다. 스쿼드 구성이 완전치 않고, 팀의 전술적 완성도도 높여야 하지만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어쨌든 클럽월드컵에서의 성적과 새 시즌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라며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차분히 밝혔다. 이어서는 "국내에서 지난 주 기준으로 선수들이 90분을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 부상자가 새로 발생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라고 팀의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출국했다. 


클럽월드컵에서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귀국 후 자가격리와 K리그 준비도 쉽지 않은 울산. 울산현대

일단 울산은 클럽월드컵 결과에 따른 일정과 관계없이 2월 12일(이하 한국 시간) 결승전까지 도하에서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FIFA 측에 전달했다. 오는 4일 2라운드에서 티그레스에 패하면 울산의 일정은 8일 새벽 열리는 5-6위 결정전으로 종료되지만 4일 더 머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피하는 버블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경에서 훈련하는 이점도 있지만, 자신들의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울산이 마주하고 있는 더 큰 숙제는 대회 후다. 빠르면 12일, 늦으면 13일에 귀국하는데 그로부터 2주 동안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를 피할 수 없다. 26일 혹은 27일에 자가격리에서 선수단이 풀려나는데 프로축구연맹은 울산의 K리그1 첫 경기 일정을 3월 1일 강원과의 홈 경기로 못 박은 상태다. 일단 울산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자가격리 기간 동안 버블 상태에서 선수단이 훈련을 통한 최소한의 관리를 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해외의 경우 선수단과 관계자가 모두 자가격리를 하며, 제한된 공간 안에서 훈련 등의 단체 생활을 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울산이 첫 수혜자가 될 지 관심이 모인다. 


이 계획이 성사된다고 해도 울산은 외부와 교류하지 못하는 상태로 K리그 첫 경기 이틀 전까지 머물러야 한다. 클럽월드컵 여파로 자칫 시즌 초반 행보가 크게 꼬일 수 있는 상황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당장 눈 앞의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사령탑 체제의 첫 시즌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긴 안목도 요구된다. 홍명보 감독에게 상당히 어려운 첫 시험대가 펼쳐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AFC, 울산현대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