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으로 범현대가 1세대 경영 막 내렸다..KCC 정상영[1936~2021.1.30]

강병철 2021. 1. 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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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1936~2021) KCC그룹 명예회장. 사진 KCC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사진)이 1월 30일 별세했다. 85세. 고인은 ‘왕회장’으로 불리는 고(故)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영(永)’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세대 중 마지막으로 타계함에 따라 범현대가 1세대의 경영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1936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 일선에서 몸담아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 현장을 지켜온 기업인 가운데 한명이다. 58년 지붕·천장용 슬레이트를 만드는 금강스레트공업(KCC의 전신)을 창업했다. 당시 자동차와 토건 사업을 하던 형인 정주영 회장이 해외 유학을 권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건축 자재 사업에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그는 이후 KCC를 창문과 유리·석고보드·단열재·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중화학 공업이 급성장하던 70~80년대는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됐다. 74년 페인트와 에나멜 등 도료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고려화학을 설립해 건축용은 물론 자동차·선박용 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76년에는 사명을 금강으로 바꿔 국내 최대 종합건축 자재 회사가 됐다. 건축 자재 사업과 시너지 확대를 위해 89년 건설사인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과 금강레저 등을 설립했다. 금강과 고려화학은 이후 합병을 거쳐 2005년 현재의 KCC가 됐다.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키우기보다 한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철학은 핵심 기술의 국산화로 이어졌다. 87년에는 국내 최초로 D램 메모리 반도체를 메인 보드에 붙이는 데 사용되는 접착제를 개발했다. 96년 물에 희석해서 쓸 수 있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2003년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실리콘 원료 중 하나인 모노머를 직접 생산했다. 한국을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나라로 만들었다.

KCC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산업 보국의 정신으로 한국 경제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며 “건축·산업 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와 실리콘을 자체 개발해 엄청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둔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고인은 모교인 용산고와 동국대 등에 사재 수백억원을 쾌척해 인재 육성에도 힘을 보탰다.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3남이 있다. KCC그룹 총괄 경영은 첫째 정몽진(61)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59) 회장이,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7)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KCC는 이날 “고인의 뜻을 고려해 조화나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설명했지만 31일 범현대가 위주로 조문이 이어졌다.

2월 3일 발인 예정으로 빈소는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조카인 정몽준(70) 아산재단 이사장은 이날 두 차례나 방문했다. 정 이사장은 “초등학교 때 막냇삼촌과 2년을 같이 살았다. 어릴 때 장충동 집 앞에서 친구들하고 놀면 삼촌도 같이 놀고 그랬는데 참 슬프다”고 말했다. ‘몽(夢)’자 항렬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도 조문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맏손자로 ‘선(宣)’자 돌림인 정의선(51) 현대차그룹 회장도 제네시스 GV80 차량을 직접 운전해 빈소를 찾았다. 부인 정지선 여사와 함께 큰 누나 정성이 이노션 고문, 매형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을 뒷좌석에 태워 도착했다.

범현대가 이외에도 고인의 용산고 후배인 이해찬(69) 전 국무총리와 KCC농구단 감독을 지낸 허재(56) 전 국가대표 감독도 31일 조문했다.

강병철·최선욱·김영민 기자 bonger@joongang.co.kr

강병철·최선욱·김영민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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