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군대 가자" 코로나 2년차 대학생들 '캠퍼스 엑소더스'
“뭘 배우는지 모르는 채 1년이 지나갔다. 휴학할까 고민 중이다.” 올해 대학 2학년이 되는 서울지역 한 대학생(20)의 말이다. 그는 “비대면 수업은 학점을 퍼주니까 좋지 않냐고 하는데, 스스로 나태해지기만 했다”고 지난 1년의 대학생활을 평가했다.
코로나19 시대의 1년을 보낸 대학생들의 휴학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각 대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 수업 원칙을 유지한다는 공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자칫 ‘캠퍼스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373명 대상으로 ‘올해 휴학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4명 중 1명이 휴학을 계획 중이라 답했다. 그 이유로는 1, 2학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이버 원격 수업으로 강의의 질이 낮아져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1학년은 47.2%, 2학년은 44.2%였다. 3학년은 ‘진로 고민을 위해’ 휴학을 계획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45.4%), 4학년은 ‘인턴,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준비를 위해서’(65.6%)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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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등교 때 복학하고 싶어”
대학생 1724명 중 75.3%가 '원격수업으로 인해 수업의 내용 등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비싼 등록금 내고 듣는 비대면 수업이 불만족스러우니 학생들은 “차라리 휴학한다”는 반응을 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김모(21)씨는 “이번 학기도 최소 두 달은 비대면이라고 공지가 떠서 멘붕이 왔다”며 “비대면 수업으로 소중한 대학 4년이 낭비되는 게 아깝다. 수업의 질은 낮고, 등록금은 그대로라 휴학을 안 하면 돈이 아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휴학을 결정한 A씨(20)는 “(휴학 기간) 개인적인 진로 고민과 스펙 쌓기 등 발전에 집중하고, 비대면 수업이 아닌 정상 등교가 가능해질 때 복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휴학 중에 자격증과 외국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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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군대 가자” 입대 급증
남학생들은 ‘군 휴학’을 대안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비싼 학비를 내고 사이버 강의를 듣는 대신 군대를 일찍 다녀오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훈련이 축소됐다는 소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방부는 '군내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입소 후 신병교육대 주둔지 교육을 2주로 늘리는 한편 실내교육 인원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오는 3월 입대를 앞둔 배모(21)씨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은 하나도 못 누렸다. 군대도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이 줄었다고 해서, 이 시기에 가야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입영 경쟁률이 크게 상승했다. 올해 4월 입영하는 공군 모집병에는 1534명 선발에 1만1244명이 지원해 경쟁률 7.3대 1을 기록했다. 3월 입영 경쟁률은 7.1대 1이었다. 매월 모집하는 공군병 선발에 7배수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2월 입영하는 해군병 모집도 경쟁률 2.1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상승했고, 3월 입영 해병대 일반병은 선발 인원의 5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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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다시 책정해야” 논란도
반면, 학점이 상대적으로 후한 이 시기를 ‘학점 세탁’의 기회로 삼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교 3학년 B씨는 “사이버 강의 덕을 봐서 원래 별로 안 좋던 학점을 4점대 가까이 끌어올렸다”며 “코로나 발 학점 인플레라는 말도 나오지만, 상황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엑소더스 움직임과 함께 ‘등록금 반환’ 논란도 올 대학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1년 등록금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학생은 84.3%에 달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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