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울다 하루 연습 후 입시" 연세대 입시사고 모두 피해 주장

김호정 2021. 1. 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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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과 입시 소동에 "전례없는 난센스"
2021학년도 정시에서 전산오류로 예심 합격자 통보를 잘못한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합격 대상자가 불합격 통보를 받고, 떨어질 사람이 본심을 치른 입시.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의 피아노과 2021학년도 입학시험에서 일어난 일이다. 28일 연세대는 “예심 결과에 의해 본심 대상자로 통보해야 할 20명에게 불합격으로 발표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본심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전산 오류에 따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예심 합격자 20명은 다시 합격 통보를 받고, 30일 추가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문제는 더 복잡하다. 2021학년도에 정시로 20명을 선발하는 피아노과 응시생은 총 101명. 이달 25ㆍ26일 예심을 거쳐 40명을 추리고, 28일 본심에서 20명을 최종 선발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산 오류가 발생해 최종적으로 본심 참가 수험생은 60명. 불합격했다 합격하거나, 합격했다 불합격하거나, 본래 합격이었던 각 20명의 세 그룹이 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모든 그룹이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먼저, 통보 번복 끝에 추가 시험을 치른 A그룹 20명은 이틀 동안 본선 입시곡을 연습하지 못했다. 27일 예심 불합격 통보를 받은 A그룹에게 학교 측이 오류를 인지하고 추가 시험을 통보한 시점은 28일 늦은 저녁. A그룹의 수험생을 지도하는 한 강사는 “연세대만 응시하고 준비한 학생이었는데 불합격 통보를 받고 이틀 동안 울다가, 28일 밤부터 29일 하루종일 연습하고 30일 시험을 치러야 했다”며 “입시는 최상의 조건으로 연주해도 중압감이 상당한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본심의 과제곡은 라벨 ‘거울’ 중 테크닉이 까다로운 ‘어릿 광대의 아침노래’를 포함해 세 곡이었다. 이틀 동안 연습을 거른 사실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곡목이다.

본심을 치르고도 탈락한 B그룹의 불만도 높다. 한 수험생 관계자는 "본심에서 28일 연주하고 하루 뒤 '최종 본심 대상 여부를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여기에서 불합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수험생 지도강사는 “피해 보상을 논의하겠다는 사과문을 받았지만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며 “게다가 다군 대학의 실기시험이 29일이었는데 연세대 본심에 착오로 응시해 다군 응시 기회를 빼앗긴 학생들이 있다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래 본심 대상자였고, 28일 먼저 본심을 치른 셈이 된 C그룹 20명도 불안해한다. 30일 뒤늦게 본심을 치른 A그룹이 본래 합격 대상이었단 걸 심사위원들이 아는 상태에서 심사를 했으니 공정하게 판단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한 수험생은 “심사위원이 A그룹의 실력이 더 좋다는 선입견으로 채점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불합격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사실에 동정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실제 ‘수험번호’와 연주 순서에 따른 ‘가번호’를 맵핑(짝짓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산오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음악대학의 교수는 “최근 수십년 동안 이런 입시사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1000명도 아니고 101명이 응시했는데 오류가 일어났다는 것부터 난센스다. 음대 입시에서는 결과를 놓고 수험번호와 연주번호를 몇번씩 중복 체크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라며 “오류로 합격했던 20명에게 불합격 통보를 하는 대신 총 60명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는 다음 달 7일 최종 합격자 20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세대 측은 "피해 보상과 원인 규명 등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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