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1대1 경선하자"..안철수 "국민의힘 논의 먼저"

성지원 2021. 1. 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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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제3지대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보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범야권 단일화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한 카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금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제3지대 단일화'를 제안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에서 출마선언을 한 금 전 의원은 “서울 시민의 삶을 바꾸고 변화의 새 판을 열어야 하는 선거지만 정치권은 오래된 싸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자신의 책임으로 인한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를 내는 행태”, 국민의힘 주요 후보들을 향해서는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걷어찬 후보, 총선 대참패에 책임이 있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엄중한 시기를 오래되고 낡은 정치에 맡길 수 없다. 원칙을 지키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향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 기간 동안 ‘금태섭-안철수 단일화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출마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 대 일 경선을 해서 둘 중 한 명과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단일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철수 대 국민의힘’ 구도에 균열을 내는 한편 안 대표와 중도표를 놓고 겨루는 경쟁자로서의 입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경선 룰을 둘러싼 볼썽 사나운 샅바 싸움은 치우고 서울시민을 위한 진짜 문제를 놓고 각자 입장을 솔직히 얘기하자”며 안 대표에게 3월 초까지 매주 양자 토론을 벌일 것을 주장했다.

당장 범야권 후보가 한꺼번에 경선에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주장해 온 안 대표도 고심이 깊어졌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장위동 재개발 지역을 방문한 직후 금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에 내가 (원샷 경선) 제안을 드렸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야권의 여러 현황들을 살펴보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단일화보다는 ‘원샷 경선’을 계속 주장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내일(1일)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단일화 방법론 등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중재안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제3지대 우선 단일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김종인 비대위위원장은 “우리 당 후보를 뽑고 3자(국민의힘-안철수-금태섭) 단일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경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안 대표에게 선을 그은 한편, ‘제3지대 우선 단일화’를 제안한 금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제3지대에서 후보자가 또 나왔으니 일단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와 제3지대에서 1차적 단일화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의힘에서 사람이 나오면 단일화하자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 전 의원의 제안을 “큰 결심”이라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범야권 단일화 방안이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리돼 가고 있다”며 “가장 크고 아름다운 야권 단일화가 영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금 전 의원의 제안이 ‘안 대표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단일화를 성사시킬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당내에서는 계속 안철수 포용론과 경계론이 엇갈리고 있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임시국회 의원총회 등에서 전체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편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국회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 의원은 “제 적은 국민의힘 후보도 아니고 민주당 후보는 더욱 더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는 여야의 중간 성적표나 대선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코로나19 국난으로부터 서울을 복구시키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출발은 여권이지만 야권과의 접점도 적지않단 점에서 조 의원이 야권 단일화 논의에 개입할지도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소수 정당 몫으로 비례순번을 받아 당선된 조 의원은 지난 25일에는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 선거 출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금태섭 전 의원도 지난해 11월 시대전환 행사에 초청 강연자로 선 적이 있다. 금 전 의원은 최근 “조 의원과는 앞으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여든 야든 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시민을 위한 선거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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