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 2000만회분 사라졌다..트럼프 무계획에 바이든 당황

이민정 2021. 1. 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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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열흘 째 백신 현황 파악 중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추적 관리 부실 문제"

"취임 뒤 100일 동안 1억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출범 시작부터 복병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각 주로 보낸 수천만 회분의 백신이 운송 중 사라지면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 정부와 협력해 위치를 추적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응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국서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한 뉴욕 병원의 간호사 샌드라 린지.[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출범 10일 째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백신 공급 현황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4900만 회분이 배포됐고, 2700만 회분을 접종했다. 접종 완료 후 데이터 입력을 기다리고 있는 200만 회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2000만 회분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에서 출발한 백신의 운송 과정을 상세하게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는 백신의 공장 출하 단계까지만 책임지고, 수송·접종 등 이후 과정은 주 정부에 맡겼다. 이에 따라 백신은 지역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관리됐고, 주 정부는 하루 접종량만 집계해 연방정부에 보고했다.

지난달 13일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화이자 백신 공장에 백신을 실어 나를 특송 트럭들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는 전국으로 배포된 백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접종됐는지 연방정부도 주 정부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폴리티코는 사라진 2000만 회분의 백신이 여전히 이동 중인지, 창고나 냉동고에 쌓여 있는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오면 다를 줄 알았는데"…보건당국도 당혹
백신 속도전을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시절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협조를 얻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전략도 없어서 당황했다고 인수위 출신 관계자들은 말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 행정부에서 제대로 된 백신 배포 계획이 없었다"며 "우리가 본 백신 접종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제한적이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국장은 지난 25일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공급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셸월렌스키 CDC 국장도 지난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만큼의 코로나19 백신을 가졌는지 미국 정부조차도 정확히 모른다"면서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업무 대부분은 운송 중인 백신의 정확한 위치와 접종 일자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백신 접종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보건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주 정부가 할당된 백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연방 정부에게 명확한 지침을 요구하는 등 업무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었던 크레이그 푸게이트는 "백신 공급 현황 파악 작업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초기의 어려움으로 연쇄적인 지연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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