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원전 원조? 새빨간 거짓말" 이명박·박근혜 인사들 반발
홍용표 "논의 없었고 문건도 작성 안해"
천영우 "북핵 만드는 데 원전 추진하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문서에 ‘북한 원전’ 관련 파일이 포함된 것을 놓고 여권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원전' 원조라는 입장을 내놓자 당시 정부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3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내가 아는 선에선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는 방안이 논의된 적 없다”며 “경수로 건설 등 민간에서 그런 논의가 오갈 순 있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관련 아이디어를 논의한 바는 없고 문건으로 작성된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북한 원전 검토 자료는 산자부에서는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서 박근혜 정부부터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고 했다”고 한 데 대해서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 차관 출신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부 1차관을 거쳐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역임하는 동안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논의를 하거나 회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내려온 아이디어라는 주장 자체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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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까지 소환한 여권
일부 인사는 북한 원전 건설 방안이 이명박 정부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을 지냈던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 원전 건설 구상'은 현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 검토한 게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외교부 차관이었던 천영우 차관의 '북 원전 추진 검토' 발언이 그 당시 언론에 보도된 게 드러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발언은 2010년 당시 천영우 외교부 2차관이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 여러 개의 원전 단지를 건설하면 에너지 안보라는 절박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남는 전력은 중국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다. 하지만 천 전 차관의 당시 발언은 '통일 이후'를 전제로 했다. 천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2차관을 거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했다.
천 전 차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전 건설이 이명박 정부의 아이디어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남북통일 및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그 이후의 북한 에너지 공급 방안으로 원전 건설을 이야기한 것이지 북핵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했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내용이고 만약 그런 논의가 진행됐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내가 격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들은 과거 보수 정부를 적폐로 공격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여권 인사들이 북한 원전이 이슈가 되자 이를 과거 정부의 유산으로 주장하는 데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인사는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계승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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