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중국 초조해졌다..시진핑과 통화 늦춘 만만디 바이든
"中 당국, 통화 관련 글 인터넷서 삭제"
“미·중 관계에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질문한 구체적인 문제는 지금 제공할 정보가 없다.”
지난 28일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 계획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정보가 없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놔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중화권에선 다른 얘기도 돌고 있다. 미·중 정상 통화가 늦어지자 중국 당국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인권민운정보센터는 지난 28일 “중국은 바이든·시진핑 통화가 다른 나라에 밀리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다”며 “통화와 관련된 글이 인터넷 검열로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캐나다(22일)를 시작으로 멕시코·영국(23일)→프랑스(24일)→독일(25일)→북대서양조약기구(NATO)·러시아(26일)→일본(27일) 순서로 전화 외교를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통화했다.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아프가니스탄·한국(22일)을 시작으로 이스라엘(24일)→인도(27일)→유럽연합(28일)의 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바이든의 정상 외교를 돕고 있다.
중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시 주석이 앞장섰다. 라오스(21일)→도미니카·국제올림픽기구( IOC)(25일)→한국·벨라루스(26일)→볼리비아(29일) 순서로 정상급 전화 외교를 진행했다. 포르투갈(27일)·멕시코·수리남(28일)에는 축전 외교를 곁들였다. 최근 노출이 드물던 왕치산(王岐山·73) 국가부주석도 29일 미·중 기업인 및 전직 고위관리 대화 화상회의에 참석해 “공동의 이익이 서로의 모순보다 크다”고 거들었다.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 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1일 미국 미·중관계전국위원회 화상회의에 참석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시진핑 통화가 미뤄지면서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중국 정책을 리셋하려던 중국의 셈법이 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시진핑 통화는 전임자보다 늦다.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열흘 뒤인 1월 30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통화했다. 4월 런던 주요 20개국 금융회의에서 만남을 다짐하고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후진타오-시진핑 정권교체기인 2013년에는 3월 14일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당일 저녁에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다. 통화는 6월 7일 써니랜드 회담으로 이어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2월 10일로 다소 늦었다. 하지만 이미 2016년 11월 14일 당선인 시절 첫 통화 이후 두 번째 통화였다. 첫 만남은 6월 마라라고에서 성사됐다.
‘지중파(知中派)’ 바이든은 만만디(慢慢的·천천히)다. 시 주석의 다보스 연설 직후인 25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중국 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언급했다. 시 주석과 통화에 급할 것 없다는 바이든의 완곡한 메시지였다.
중국 외교가에는 “외교에 사소한 일은 없다(外交無小事)”는 불문율이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의 말이다. 1949년 11월 외교부 발족식 연설의 지침이다. 완벽함을 도모하던 중국 외교가 바이든의 만만디 전술에 스텝이 꼬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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