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VR사무실서 일할 날 곧 온다" 페이스북 CTO 인터뷰
한국·일본·대만 주요 매체와 화상 인터뷰
SNS 페이스북을 AI·VR 기술기업으로 진화시킨 주역
마크 저커버그가 2004년 만든 페이스북은 17년이 지난 지금 매달 27억명 이상이 쓰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 페이스북이 수년 전부터 공 들이는 분야가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미래기술 개발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 AI로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 속도를 4배 높인 '패스트 MRI'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페이스북의 기술개발은 2013년부터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크 슈뢰퍼(46)가 이끌고 있다. 슈뢰퍼 CTO는 지난 29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의 발전은 플랫폼의 책임감과 직결된다"며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책임있는 혁신'(responsible innovation)을 할지, 혹시 기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고민하며 서비스·제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한국·일본·대만 주요 매체들이 참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석사를 마친 그는 IT 기업 모질라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 역임후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그는 저커버그가 15년, 17년 두 차례 육아 휴직으로 회사를 비웠을 때도 셰릴 샌드버그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페이스북을 이끌었다.
슈뢰퍼 CTO는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술 접근성(accessibility)과 가격 접근성(affordability)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어렵고 비싸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 그는 "유튜브 시연(데모) 영상이 아니라, 우리 손에 잡히는 기술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VR 기기다. 3~4년 전만 해도 VR 기기는 1000달러(약 111만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출시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는 299달러(약 33만원)로 크게 저렴해졌다. 슈뢰퍼 CTO는 "VR 헤드셋 가격이 20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VR은 더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사업이 됐고, 동시에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VR 콘텐트도 훨씬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만 해도 몇 년 전엔 VR로 운동할 생각을 못 했지만 지금은 오큘러스 퀘스트로 '슈퍼내추럴'이라는 운동을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하반기 증강현실(AR) 안경 'AR 글래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슈뢰퍼 CTO는 "AR 글래스는 장소에 상관없이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애플도 최근엔 VR 헤드셋·AR 글래스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애플도 올해 안에 AR 글래스를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슈뢰퍼 CTO는 "애플이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제품이 많이 나올수록 기술 생태계는 더 커지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장기적으로 사람들이 일하고 연결되는 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저커버그 CEO가 지난해 9월 처음 공개한 '인피니트 오피스'는 페이스북이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할 차세대 사무실 컨셉이다. 여기에도 페이스북의 다양한 IT 기술이 들어간다. 슈뢰퍼 CTO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증가했지만, 노트북 같은 2D 화면으로 화상 통화를 하면 불편한 점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라며 "머지않아 VR, AI 기술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훨씬 실감 나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은 2018년 99달러(약 11만원)짜리 영상통화용 디스플레이 '포털'을 미국·영국·인도 등에 출시한 바 있다. 한국엔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이 급격히 발전할 수록 부작용 우려도 크다.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대만 기자들은 기술 혁신과 프라이버시 간의 관계, 가짜뉴스를 비롯한 위험한 콘텐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슈뢰퍼 CTO에게 물었다.
그는 "3년 전만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혐오 표현(hate speech) 관련 표현을 페이스북이 미리 잡아내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제는 AI가 문제 있는 표현의 95%를 예측해 걸러낸다"고 강조했다. 적중률 향상엔 AI가 비영어권의 언어·문화를 학습한 것도 한몫했다. 페이스북의 AI는 매일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200억 건의 게시물 번역을 학습하는 중. 예전에는 중국어·한국어로 된 콘텐트를 파악할 때 영어 번역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다국어 번역(multilingual) 모델'은 AI의 콘텐트 이해도를 끌어올렸다. 100개국 언어를 직접 번역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위험 표현을 걸러낼 수 있게 됐다.
슈뢰퍼 CTO는 인간 직원들의 모니터링을 여전히 강조했다. AR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막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AR 글래스를 끼고 나가 민감한 문제들을 잡아내고 예측하는 등 노력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AI 기술이 아무리 향상돼도 관련 인력을 크게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는 민감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뢰퍼 CTO는 글로벌 기업들이 신년 경영 화두로 제시하는 ESG도 적극 강조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가리키는 경영 용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영 활동 전반에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연동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슈뢰퍼 CTO는 "페이스북이 강조하는 '책임있는 혁신' 역시 단순히 관련 규제를 잘 준수하는 걸 넘어서는 개념"이라며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나 신기술과 사회적 규범 등은 CTO인 나도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고민하는 주제들"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테크 이슈와 정책을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팩플레터를 받아보시려면→ https://url.kr/qmvPIX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얼룩무늬라 '메이드인 코리아'? 북한군 신형 전투복의 진실
- 文 직접 "USB 건넸다"는데···참모는 "안줬다, 악의적 왜곡" 반박
- 글 못읽자 소리로 공부했다···백혈병 딛고 서울대 간 여고생
- '미스트롯2' 진달래 학폭 논란···"이유없이 맞은 날 수두룩"
- 中 코로나 ‘항문검사’ 굴욕…“차라리 설에 고향 안 가겠다”
- 아빠의 삼국지 채색한 아들…"비열한 조조, 요즘 정치판 비슷"
- 與윤준병 "北원전 문서, 통일대박론 朴정부 때부터 검토"
- 사찰 논란 원전 파일엔 한수원 부사장 이력서까지 있었다
- 미운 네살 돼도 매일 "엄마 사랑해"…입양가족 평범한 일상
- 새해부터 야구단 팔아치웠다, 최태원이 꽂힌 ESG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