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할머니·손자·손녀 참변..원주 주택 불 3명 숨져

31일 오전 3시5분쯤 강원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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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실직' 필리핀 어머니도 화상

강원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 다문화가정의 70대 할머니와 손주 2명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31일 원주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5분쯤 원주시 명륜동 밀집 지역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불이 인근 주택으로 번지면서 필리핀 국적의 A씨(73·여)와 손녀(9)·손자(7) 등 3명이 숨졌다. 숨진 아이들의 어머니인 필리핀 출신의 B씨(32·여)도 얼굴과 손 등에 1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A씨는 B씨의 어머니로 지난해 딸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이 숨진 주택은 방 2개와 주방, 거실이 있는 구조로 A씨 가족은 화재 당시 같은 방에 모여 잠을 자고 있었다. 불이 나자 딸 B씨가 어렵게 창문 근처로 가 구조요청을 했고, 이웃 주민들이 성인 허리 높이에 있는 창문으로 B씨를 어렵게 끌어냈다. 이후 주민들이 다른 가족을 구조하려 했으나 이미 주택은 불길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인근 주택에 사는 C씨(65)도 얼굴과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C씨는 경찰에서 “집에서 석유 난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자다 일어나보니 불이 나 있어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진술했다. 이날 화재는 집 2채를 모두 태우고, 2채는 절반가량을 태운 뒤 1시간 20여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지역은 재개발을 앞둔 곳으로 주택 20여 채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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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진입 못 해 진화 어려움 겪어

31일 오전 3시5분쯤 강원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잔해 속 남은 불씨를 끄고 있다. 연합뉴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자 지상 소화전 등에 호수를 연결해 불을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감식을 할 예정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주택이 밀집한 지역인 데다 길이 굉장히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며 “불에 탄 집들이 오래된 집이라 뼈대만 겨우 남거나 모두 주저앉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플라스틱 공장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B씨의 남편이자 숨진 아이들의 아버지는 한국인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출국해 중국에서 용접 관련 일을 해왔다. 사고 소식을 들은 B씨 남편은 현재 한국 입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원주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최근까지 원주의 한 플라스틱 공장을 다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해 3~4개월가량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주택에서 오랜 기간 거주해왔고,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