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윤의 배드토크] 래퍼들의 '경솔한 발언' 반복..힙합신 인식 개선에 제동

류지윤 2021. 1.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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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린호미 부적절한 언행 사과 "우울증·공황장애로 겪고 있어, 경솔했다"
비와이·쿤디판다, 태도논란 사과했지만 악플에는 법적대응
비프리, 2013년 방탄소년단 RM·슈가 무시→2019년 6년 만에 사과

최근 래퍼들이 경솔한 언행으로 잦은 구설수에 올랐다. 대중들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 이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열광하지만, 도를 넘어산 무례함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각 없는 발언들로 인한 논란과, 그리고 사과로 이어지는 이 규칙이 래퍼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으로 미치고 있다.


비와이와 쿤디판다는 지난 15일 방송된 KBS Cool FM 'DAY6의 키스 더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쿤디판다는 새해 소원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는 요청에 "하기싫다"며 마지못해 응했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자 가사를 까먹었다며 거절했다.


비와이는 생방송 도중 진동 무음 설정 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삼행시를 요청하는 DJ 영케이에게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쿤디판다의 랩실력을 "개잘한다"고 비속어로 표현했다. 이에 영케이가 "굉장히 잘하고"라고 순화했지만 다시 한 번 "개잘한다"고 강조했다.


청취자들은 이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소속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27일에는 칠린호미가 팬들을 향해 격분해 논란을 샀다. SNS 라이브 방송에서 고(故) 아이언 추모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시청자에게 "내가 왜 너네 눈치를 봐야 하냐. 꺼져라. 내 노래 듣지 말라"고 여성혐오 발언과 욕설을 했다. 이어 "나도 죽을까?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까? 너희들 때문에 우울증이랑 공황장애 생겼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만하고 싶다. 눈치 보면서 왜 내가 어떻게 살지"라는 글을 올리고 피드에는 "바른 게 바른 거다. 똑바로 생각하고 꺼질 애들 꺼져라. 우리가 바르다고 말 못 하는 부분도 있지만, 너네 사리분별 바르게 해"라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칠린호미 소속사 그루불린과 칠린호미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칠린호미는 "공황장애와 불안증세로 나약해진 제 모습을 핑계삼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과 행동을 달리하고 배워기며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많은 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 문제가 된 해당 인스타그램 글도 삭제했다.


래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언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프리는 지난 2013년 '김봉현의 힙합 초대석' 공개방송에서 함께 출연한 RM과 슈가를 공개적으로 무시했다. 비프리는"(래퍼로) 같은 길을 갈 수 있었던 사람들인데 유혹을 못 이기고"라며 아이돌로 데뷔한 RM과 슈가를 비꼬았다. 또 그는 "아이돌이 무슨 뜻이에요?" "본인이 아이돌을 해서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하나요?" 등의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방송 후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주년을 축하하는 남의 잔치집이었다. 할 말을 못 참겠으면 안 나오는 방법이 더 옳지 않았을까"라며 해당 방송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엠넷 '고등래퍼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오담률은 2018년 SNS에 어머니와 쇼핑하는 영상을 게재한 후 "인형 사지 말라 해놓고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률애미, 지능 나보다 어려보인다"로 글을 써 패륜 논란을 낳았다. 어머니를 향한 애칭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기리보이는 지난해 5월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경솔한 발언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그는 YTN 뉴스 화면을 공유하며 "앵커 세 명 인 줄"이라고 적었다. 해당 화면은 두 명의 앵커 사이로 이용수 운동가의 모습이었다. 이후 해당 사안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용수 운동가를 조롱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 역시 "조롱을 할 의도는 없었고 평소 뉴스를 가끔씩 보곤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글을 올렸다가 어떤 내용인지 인지를 하고 글을 바로 삭제했다"라고 사과했다.


래퍼들이 문제만 일으키는 건 아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대중에게 박수를 받는 이들도 있다. 쌈디는 2019년 4월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나자 3000만원을 피해복구를 위해 기부했고, 지난해 2월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5000만원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학대 아동을 위한 기금으로 5000만원을 건넸다.


래퍼 이영지는 지난해 사랑의 열매 광고 진행을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이와함께 1년 간 꾸준히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어 수익금 1억 가량을 모두 코로나19 관련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스윙스는 최근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그냥 조금이라도 좋은것 진짜 조금이라도 하고싶어서"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래퍼들의 거침없고 자유로운 발언은 무대 위에서 래핑으로 쏟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도 도를 넘어선 비난이나 비속어에 유의해야 하지만, 사회 구조나 문제를 건강하게 지적하는 것은 다른 가수들은 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래퍼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꾸만 무대 아래서 논란을 부르는 언행들로 래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동료들의 행동까지 희석시킨다. 평소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다가도, 논란으로 이어지면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이는 반복되는 모양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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