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바로 전쟁터? K-더마 시장의 현주소

2021. 1.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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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2의 챕터를 맞이한 K더마 시장.

더마코스메틱.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 피부 과학의 전문성을 가미한 화장품.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K뷰티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더마코스메틱은 정의를 적는 게 ‘뒷북’으로 느껴질 만큼 일상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더마코스메틱을 다시 논하는 건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다. 엄청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 뷰티 시장 한가운데에 바로 이 더마코스메틱, 특히 ‘K더마’ 브랜드들이 다시 제2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최근 5년새 50% 가까이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무려 8000억 원에 이르며, 2021년 올해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리서치 기관 칸타코리아의 결과 역시 비슷하다. 국내 화장품 시장 전체 구매액이 1년간 -3% 성장률을 보이며 위축된 데 반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같은 기간 +28%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 기본적으로 피부 민감도가 높다고 여기는 한국 뷰티 소비자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 먼지와 급격한 일교차,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등 피부가 민감해지기 쉬운 환경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더마코스메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였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아닌 특수까지 맞물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기꺼이 투자하고 관리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신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피부 건강에까지 이어진 결과 고기능성과 안전성, 안정성, 가심비와 가성비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더마코스메틱에 대한 관심이 더욱 급증할 수밖에.

하지만 왜 에디터는 순풍에 돛 단 것 같은 K더마 시장의 낙관론이 불안한 걸까. 과거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연신 판매고를 갈아치우며 급기야 미국과 유럽의 세포라를 집어삼킨 바 있는 K뷰티 현상을 기억하는지. 당시에도 영원할 것 같던 ‘K뷰티 드림’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이 심심찮게 들려온 적 있다. “젊은 층만을 위한 ‘패스트푸드’ 뷰티 같아요. 외국인의 시선에는 광고 모델도 다 비슷비슷해 분간하기 힘들죠. 한국에서는 화장품을 만드는 데 2~3개월밖에 안 걸린다고 들었어요. 브랜드를 가리면 분간할 수 없는 수백 개의 제품 대신 브랜드의 명확한 DNA를 담은 ‘스타 프로덕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시 에디터에게 K뷰티에 대한 솔직한 평을 들려준 〈엘르〉 중국 수석 뷰티 에디터의 말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문득 2021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K더마 시장에서 과거 적신호가 켜졌던 K뷰티 시장에서의 균열이 조금씩 목격되는 듯한 이 불안한 느낌.

우선 K더마 브랜드가 많아도 ‘너무’ 많다. 더마코스메틱의 시장 잠재성이 높게 평가되자 식품과 패션 업종에서도 눈독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종근당, 녹십자, 동국제약, 유한양행 등 유수의 제약사들도 치료제 이미지를 투영시킨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상황. 기존의 전통적인 뷰티 대기업들 역시 K더마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른 업체를 인수하고 있는 데다 SNS상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인이 출시해 라이브 커머스 또는 SNS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소규모 브랜드까지 합세하고 있다. 문제는 브랜드명에 ‘닥터’ 또는 ‘더마’ ‘덤’ 등을 붙이기는 했지만 이 많은 제품이 진정한 ‘더마’인지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나 인증기관,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데 있다. 더마코스메틱의 역사가 긴 유럽의 경우는 어떨까? 1975년에 탄생한 대표적인 프랑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라로슈포제 메디컬 팀 박연정 디렉터에게 물었다. “저희가 보는 더마코스메틱은 ‘의학적 서포트’를 기반으로 의학 및 피부 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돼야 합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만 공급하는 걸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런 측면에서 몇몇 브랜드가 다소 아쉽기도 합니다. 최근 피부과에서 개발한 일부 브랜드 중에서 전문의의 의견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리얼베리어 익스트림 크림, 3만8천원, Real Barrier.
녹십자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앰플. NK 2X 리프팅 프로그램, 14만9천원대, Boonja.
CNP 전문성으로 리포좀화한 레티날과 주름개선 기능성 주성분 아데노신을 함유해 주름에 도움을 주는 레티날 DX™ 트리트먼트, 9만원, CNP.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을 함유한 아토베리어 365 하이드로 에센스, 2만5천원, Aestura.
지친 피부에 윤기와 영양을 부여하는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 2만5천원, CNP.
이처럼 ‘더마’라는 용어가 이현령비현령 격으로 사용되는 데다가 K뷰티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셀럽’ 의존도가 높다는 것 역시 에디터가 회의적 시각을 거두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유명한 연예인이 손에 들고 있는 단 한 컷의 광고 이미지 또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실제 바른다는(하지만 그 진위에 대해서는 장담 못하는) 입소문에 의존하는 K뷰티 마케팅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니까. 그 어느 제품보다 피부에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용해 본질적인 건강을 개선해 줘야 하는 더마코스메틱이 보기에만 좋고, 뒤돌아서면 배고픈 패스트푸드 같아서야 되겠는가. 화장품을 만들기 쉬워지면서 수많은 K더마 브랜드가 난립하는 가운데 브랜드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나 차별화 포인트조차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도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였던 데 비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이어왔다는 통계치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지극히 단순화시켜 말하면 자본을 가진 기업이, 제조업체에서 성분을 받아 몇몇 제형을 가지고 선호도 테스트를 거쳐 기존 주물에 겉만 살짝 바꾼 용기에 담으면 또 다른 더마코스메틱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니 말이다.

기준은 없고 선택지는 너무 많은 지금의 K더마 쓰나미 사태.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K더마 시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더마코스메틱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와인피부과 김홍석 대표원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은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을 배제하고, 피부 속 보습력을 유지하며, 피부 겉의 장벽을 회복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K더마 시장에서 메디 뷰티를 표방하는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의 답변 역시 이에 힘을 싣는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고민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 본연의 건강한 피부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갖춰야죠. 문제성 피부나 연약한 피부는 물론, 특별한 고민이 없는 피부에 사용해도 무방한 저자극 화장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적인 기술력과 검증된 특허 성분, 풍부한 임상을 바탕으로 한 유효성 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보습과 장벽, 근본적인 피부 상태 컨디션 등을 충족하는 성분은 피부 지질과 유사한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 일명 ‘세콜지’. 국내에서는 병풀 추출물로 더 유명한 센텔라아시아티카, 피부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쉽게 말해 유산균 성분 또한 김홍석 대표원장이 꼽는 필요충분조건 성분들. 1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이자 최근 LG생활건강이 인수한 피지오겔의 마케팅 팀 원정희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조언도 참고하자. “꼭 트렌디한 성분을 담는다고 더마코스메틱 제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지오겔의 경우 유행하는 성분을 담은 제품보다 ‘최소한’의 성분을 담아 피부 본연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불필요한 추출물은 모두 배제하고 필수 성분만 담았으며, 특히 피부와 유사한 성분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NP 마케팅 팀 이세연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뼈 있는 답변에도 주목하자. “신뢰도와 안전성을 베이스로 소비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을 줄 수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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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피부 전문가와 브랜드 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K더마 제2막이 필요로 하는 건 유명세에 의존하는 대신 명확한 브랜드 히스토리와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명확한 메시지다. 마치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는 맛집의 레서피나 종갓집의 씨간장처럼 빠르게 뜨고 지는 뷰티 트렌드와 무관하게 브랜드의 핵심 정수를 보존하기 위한 스토리와 이를 끊임없이 소구하는 스토리텔링으로 포괄적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라로슈포제나 비쉬의 ‘온천수’가 이에 해당할 터. 국내에선 닥터지가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바우만 테스트’를 들 수 있다. 흔히 지성, 건성, 복합성, 민감성 정도로 파악하는 피부 타입을 오일, 민감, 색소, 주름 네 가지 지표를 통해 16가지로 세분화해 진단하는 것이 기본 골자. 신생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분자는 녹십자의 오랜 치료약 연구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자체적인 연구 과정 중에 발견한 74가지 펩타이드 인자에 주목해 피부 자생력을 키워주는 제품을 선보인 것. 제약 업계의 오랜 터줏대감답게 별도 제조사가 아닌, 자체 개발한 원료를 담았다는 점과 신체 건강을 다뤄온 만큼 엄격하고 까다로운 제조 공정이 기본 탑재되어 있을 거라는 메시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지을 브랜드 고유의 처방 노하우 역시 필요하다. ‘프로폴리스’ 하면 CNP라는 브랜드가 떠오르고, ‘세라마이드’ 하면 닥터자르트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동국제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는 어떤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분명 병풀 추출물(센텔라아시아티카)을 핵심 성분으로 삼고 있다는 걸 바로 캐치할 수 있다. 유산균 서플리먼트로 유명한 종근당건강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락토도 그렇다. 역시 ‘락토’에서 유산균의 뉘앙스가 느껴지지 않나. 리얼베리어는 어떠한가.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Barrier’라는 단어에서 피부 장벽을 전문으로 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고, 독자 개발 피부 장벽 기술 MLEⓇ를 개발해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적 측면에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제품 개발과 성분 연구 단계에선 피부 전문가들을 내세워 전문성을 강조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이는 미래지향적인 K더마 전략. 여기에 한 끗을 더한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는 고객의 유전자 정보와 AI를 활용한 피부 진단을 통해 저자극과 고효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더 진화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CNP 마케팅 팀 이세연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설명에도 주목하자.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대중화됨에 따라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 시각적 요소에 의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시각적 비포 앤 애프터 효과는 기본, 더마코스메틱으로서의 고효능과 안전성, 신뢰성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돼야 할 겁니다.” 요원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유전자 정보 분석’과 ‘언택트’라는 두 가지 컨셉트를 조합한 커스텀 화장품 브랜드 블렌드온이 2021년 1월 론칭했기 때문. 킨포크스러운 뉴트럴 톤과 담백한 패키지만 봐서는 ‘더마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인공지능 피부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1만750여 가지의 진단값 중 개개인의 피부 분석 결과값에 꼭 들어맞는 최적화 맞춤형 제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구독형 K더마’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역시 피해갈 수 없다. 더마코스메틱의 효능을 오래 보존하면서도 유해 요소가 없는 새로운 재질의 패키지에 대한 연구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많은 K더마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더마코스메틱이 건강한 피부에서 시작해 건강한 신체와 내면까지도 완성할 수 있는 ‘더마 웰니스(Derma Wellness)’를 지향해야 한다”는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들의 코멘트에 핵심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이한 K더마의 제2막. 건강한 피부‘만’ 실현하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근본 없는 광고 전략으로 피로감을 줄 수 있는 더마코스메틱, 그 이상의 것이 절실하다

유전자 분석과 피부 측정, 설문 등 3단계를 거쳐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시스템. 클렌징 로션, 클렌저, 토너, 세럼, 크림 등 5종으로 구성됐다. 월 구독료 14만9천원, Blend Own.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포뮬러의 주름 개선 에센스. 레드 프로 레티놀 세럼, 3만5천원, Dr.Belmeur.
김홍석 대표원장의 노하우를 담아 디테일한 피부 고민에 대응하는 마스크 팩. 젤리 마스크 포 드라이 벗 오일리 스킨, Dercent.
흐트러진 피부 장벽을 겹겹이 재건해 주는 세라마이딘 울트라 모이스처 크림, 4만7천원, Dr.Jart+.
유산균 장벽 캡슐 막에 담긴 특허 성분이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킨다. 엑스퍼트 큐어뮨 리페어 크림, 5만원, D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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