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 세상, 주인답게 당당하게' 강병기 추모 물결
[윤성효 기자]
▲ 진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
ⓒ 윤성효 |
"주인답게 당당하게."
평생 '농민운동'과 '진보정치'를 해오다 하늘나라로 간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자서전 <따뜻한 진보>에서 밝힌 좌우명이다.
고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30일 저녁 진주장례식장에 모여 '추모의 밤'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동지의 뜻을 따라 자주통일 세상 이뤄내자. 동지의 뜻을 따라 해방세상 실현하자"라고 외친 뒤 같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다.
'영원한 농민운동자 진보정치의 버팀목 강병기 동지 자주민주통일장 장례위원회'가 이날 빈소에서 '추모의 밤'을 연 것이다.
'추모의 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소수 인원만 참석했고,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추모의 밤'은 하정우씨 사회로, 김영태 가수와 노래패 '맥박'이 추모노래를 불렀고, 손미희 5.18민족통일학교 이사, 고인과 부산대 동기인 김재하 전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오병윤 전 국회의원, 권낙기 선생, 박종미 (경남)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등이 추모발언을 했다.
장례위는 31일 아침 진주장례식장에서 발인을 시작으로, 오전 진주시농민회 광장에서 영결식을 열고, 오후 2시 담양 5.18민족통일학교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오후 3시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을 한다.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30일 김경수 경남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강기갑 전 국회의원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고인이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할 때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양산을)은 하루 전날 저녁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과 장례위원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김정호 국회의원(김해을)은 29일 조문했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진주장례식장에 있는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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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30일 오후 진주장례식장에 있는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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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시라,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라"
각계 인사들은 '추모시'와 '조사'를 통해 고인을 기억했다. 영결식에서 추모시와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은 추모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추모했다.
"... 동지들의 거친 숨소리, 내닫는 발걸음 소리 / 동지들의 열정과 동지들의 사랑과 동지들의 숱한 번뇌들이 / 따듯한 진보의 세상을 향해, 참 좋은 세상을 향해 / 통일의 그날을 위해, 넉넉한 거름 될 일이니 / 이제는 더 이상 어디에서도 기다리지 마시게 / 그대 가시라.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라, 늘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가시라."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조사를 통해 "강병기 동지와 같은 민족민주운동 지도자, 올곧은 진보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현장을 홀연히 떠나고 말았으니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했다.
한 대표는 "당신이 못 다 이룬 꿈, 남은 과제는 우리들이 해내겠습니다. 우리의 앞날이 꽃길이 아니라 자갈길, 고난의 행군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자주통일시대를, 진보민중·촛불시민의 주권시대를 개척해 내겠습니다. 세계는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 힘으로 자기 미래를 창조해 내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진보정치의 버팀목 강병기 동지' 그 든든한 이름을 부르면서도 비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흔들리고 탄압받는 진보정치를 지켜내고자 모든 것을 바친 대가로 이리도 일찍 가시게 한 것은 아닌지, 죄송할 따름입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카메라 앞에 설 때도, 발언 마이크를 잡을 때도 늘 양보하시던 그이지만, 당이 분열과 탄압의 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험난한 전투의 맨 앞에 서셨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난국을 수습하고, 해산을 앞둔 시기 당대표에 출마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진보정치를 지키고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헌신의 결과물로 지금 진보당은 더 깊이 민중 속에 들어가 진보집권을 향한 도약을 결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그의 좌우명처럼 모두가 '주인답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진보 집권의 세상을 향해, 민중 속에서 헌신하는 수많은 '정치인 강병기'들이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사에서 "일생을 농민과 함께 식량 자급과 환경 보전을 실현하고 자주민주통일세상을 이룩하기 위하여 살아오신 강병기 부의장님께서 열사들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아직 함께 하고픈 일이 너무나 많은데, 아직 함께 나누고픈 고민이 한 가득인데 벌써 그립고 비통한 마음입니다"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단 한 순간도 자주민주통일전선을 비우지 않고 최선두에서 싸우신 지도자였습니다. 부의장님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부의장님 뜻을 따라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해방 세상을 향한 그 길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투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생애 마지막 직전까지도 농민운동의 미래를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강병기 동지. 사람 한명 한명을 귀하게 여기고, 투쟁의 현장이든, 교육의 현장이든 어느 곳에서 만나도 언제나 따뜻한 웃음으로 여성농민에게 진심을 다하셨습니다"라고 기억했다.
황철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강병기 동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함께 길을 걷던 수많은 동지들에게 말 한마디,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훌쩍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애통합니다"라고 했다.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1960년 진주 대곡에서 태어나 부산대를 나왔고, 1986년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 총무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고인은 전농 진주시농민회 사무국장, 전농 경남도연맹 사무처장, 전농 사무총장과 정책위원장,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경남도당 위원장,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2010년 진보정당 최초로 광역지방자치단체 정무부지사(경남도)를 지냈고, 2020년 5.18민족통일학교 이사장을 맡았다.
▲ 진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의 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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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의 빈소에 가계에서 보내온 조기가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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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병기 전 경남ㄷ 정무부지사의 빈소에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의 리본이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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