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자신들이 미국보다 낫다고 생각할까
[정민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은 1979년 수교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간 무역대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오면서 이념과 정치체제의 대결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기류를 감지했는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개최된 다보스 어젠다 주간 연설에서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거나 다른 국가를 거부·위협·협박하는 행위, 고의적인 디커플링, 공급 차질, 제재 등 인위적으로 조장된 고립 나아가 소외는 세계를 분열시키고 심지어 대립으로 몰아넣는다"라면서 "분열된 세계는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도전에 대응할 수 없고, 대립은 인류를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게 한다"라고 경고했다.
시 국가주석이 언급한 국제적 협력을 통한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생각은 시 국가주석의 발언이 있은 후에 이루어진 젠 사키(Jen Psaki)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25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잘 드러나 있다.
젠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본 것은 중국이 내부적으로 더욱 권위주의적이 되고 대외적으로 더욱 확신에 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들에 대해 의미심장한 방법들로 도전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나아가 "이러한 이유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고 싶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의논하기 위해서 의회에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싶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동맹국들과 의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동맹국들의 협력을 통해서 하려고 한다. 12일(현지 시각)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게재된 커트 캠벨(Kurt Campbell)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의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그 대략적인 방법이 소개됐다.
서방의 주요 7개국(G7)에 한국과 호주, 인도를 추가해 민주주의 10개국(D10)을 만드는 것과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포함된 쿼드에 한국과 뉴질랜드 등을 추가해 쿼드 플러스를 만드는 것 등이다. 쿼드 플러스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D10은 비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야심
과연 중국은 시 국가주석의 말처럼 미국과의 대결을 원치 않고, 진정으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 위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한 기고문에서 엿볼 수 있다.
13일 자 <인민일보>에 실린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리윈룽(李雲龍) 교수의 '미국식 민주주의 신화의 종결'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는 국회 의사당 난입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을 들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다섯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직접선거제도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보증해주지 않는다. 둘째, 미국의 직접선거제도는 정치적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셋째, 직접선거제도와 대통령 임기제, 삼권분립으로는 효과적 통치를 할 수 없다. 넷째, 직접선거를 하는데 있어서 돈이 개입되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직접선거는 선거인단에 의한 승자독식제도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러한 비판을 통해서 중국이 내리고자 하는 결론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접선거제도와 대통령 임기제, 삼권분립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정치체제보다 간접선거제도와 국가주석 종신제, 일당독재 등으로 대변되는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더욱 우수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미국보다 더욱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국가에 미국의 정치체제를 모방하지 말고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모방하라고 한다. 중국은 더 나아가 자신들이 중국 내 자치구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했던 것처럼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다고 다른 국가 국민들에게 선전까지 한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달 초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연구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근절하는 과정에서 신장 위구르족 여성들의 정신은 해방됐고 성 평등과 생식보건이 증진됐으며, (위구르족 여성들은) 더 이상 아기를 낳는 기계가 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라고 트위터를 통해서 밝혔다.
중국은 신장 자치구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여성들에게 강제 불임 시술을 하는 등 인종청소(genocide)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구'는 신장개발연구센터가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를 말하는데 이 보고서는 신장 위구르족의 출산율 저하와 인구 증가율의 감소가 인종청소를 해서가 아니라 종교적 극단주의를 근절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인종청소 의혹을 불식하려고 작성된 것으로 그 진실성을 의심받고 있다. 트위터는 특정 집단을 비인간화(dehumanization)했다는 이유로 주미 중국대사관의 트윗을 삭제 조치했다.
이념적 한계
중국이 미국의 정치체제보다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우수하다고 생각하게 된 배경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마르크스주의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해 개혁개방 이후 멀리했던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기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면서 버렸던 유가사상을 다시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유가사상이 민족주의와 인간관계론 등 마르크스주의로 충족되지 않는 이념적 부족함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만이 인민들을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마르크스주의를 이념으로 가지고 있기에 일당독재와 간접선거제도 등을 허용하고 해방외교 등을 시행한다. 또한 중국은 덕(德)을 가진 자만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유가사상을 이념으로 가지고 있기에 국가주석 종신제 등을 허용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와 유가사상은 어릴 적부터 세뇌교육을 받은 중국 인민들로부터는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국가 국민들로부터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이념들을 가지면 간접선거제도와 국가주석 종신제, 일당독재 등을 허용하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와 해방외교 등을 시행하는 팽창주의적인 대외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른 이념을 갖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견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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