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요구한 '알박기 개농장' 주인..새끼들 얼어 죽고 있었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어미 품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면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한 마리는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철판 위에 죽은 채로 쓰러져 있고요. 다른 강아지들은 그 옆에서 어미 젖을 물고 있습니다.
신도시 개발 보상금을 노리고 400마리가 넘는 개를 불법 사육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른바 ‘강아지 알박기’ 개농장의 참혹한 내부 모습입니다. 이 개농장은 설 연휴 전까지 철거될 예정인데요. 강아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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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알박기 개농장 다시 가보니
애니띵에서는 지난 2일 남양주 왕숙지구에 있는 불법 식용 개농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보도 이후 많은 분이 “간절한 마음으로 강아지들이 구조되길 바란다”는 등 안타까운 마음을 댓글로 남겼습니다. 이후 개농장은 어떻게 됐을까요?
동물구조단체인 세이브코리안독스가 최근 다시 한번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강력한 한파가 장기간 이어진데다 폭설까지 내리면서 개농장 내부는 더 참혹하게 변했습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수십 마리의 새끼들까지 방치된 채로 죽어가고 있었죠.
“어미들이 새끼를 계속 낳고 있고, 저희 들어가 봤을 때 죽어 있는 아기들이 있더라고요. 얼어 죽었는지 철판 위에 그냥 있더라고요.” -최은영 세이브코리안독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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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설 연휴 전에 철거”…갈 곳 없는 강아지들
논란이 커지자 남양주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그동안 여러 차례 행정 처분을 받아왔던 불법 시설인 만큼 어떤 보상도 없이 설 연휴 전에 철거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12일 관계부서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불법 개농장과 인근에 있는 육견 경매장에 대해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것”을 지시했는데요. “자진철거 불응 시 행정대집행도 불사한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시설만 철거할 뿐 농장에 있는 강아지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없다는 것인데요. 남양주시 관계자는 “개는 사유재산이라 데리고 오려면 시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따로 마련된 예산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물 학대로 인한 긴급격리 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엔 “일반 반려견, 품종견이 아닌 데다 명백한 동물 학대 정황이 없어 어렵다”고 했습니다.
농장주는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300마리가 넘는 개들을 다른 개농장 등에 팔아넘겼다고 합니다. 개농장에 남은 100여 마리의 개들도 언제 팔려 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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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당시 오물로 뒤범벅”…학대 흔적도
세이브코리안독스는 일단 보호가 시급한 어미와 새끼 일부만 구조해 돌보고 있는데요. 지난 22일 경기 김포시에 있는 보호소에 가보니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들이 어미 젖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미 개는 보호소가 아직 낯선지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고요.
강아지 4마리는 구조 당시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으로 인해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여서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오물이) 뒤범벅이 된 상태에서 있었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젖어 있었어요. 그래서 일단 드라이기로 먼저 말리고 인공호흡도 해 주고 했는데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떠났어요.” - 엘리 / 세이브코리안독스 보호소 담당자
구조한 개들에게서 학대로 추정되는 흔적들도 발견됐습니다. 구조된 지 일주일 뒤 죽은 개의 배에서는 기생충과 돌이 가득 나왔습니다. 꼬챙이에 반복적으로 찔린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물지 않아 수술을 기다리는 개도 있습니다.
김나미 세이브코리안독스 대표는 “농장에 남아 있는 100마리의 개들이라도 하루빨리 데려오고 싶지만, 농장주가 제시하는 금액도, 구조 후 부담해야 할 병원비도 막막하다”며 “시민들의 협조가 간절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철거를 앞둔 개농장에서 추위에 떨며 죽거나 다른 식용 개농장으로 팔려갈 운명에 놓인 강아지들. 이 강아지들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요?
천권필 기자·이수민 인턴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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