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아픈 지구 환영"..'無라벨 생수병', 분리배출 해보셨나요?
[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최근 국내 음료 시장에서 상표띠(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음료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유통업계에 한바탕 '무라벨'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도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환영한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한국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등은 최근 판매 제품에 상표띠를 없애는 '무라벨'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지난 28일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상표띠를 제거한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상표띠를 없애는 대신에 플라스틱에 음각으로 로고를 새긴 형태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제조사 최초로 '아이시스 8.0 ECO' 1.5ℓ를 선보이며 '무라벨 생수'의 막을 열었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해 5월 '백설 식용유' 포장재를 투명 용기로 교체했다.
여기에 롯데마트와 씨유 등 유통업계도 자체브랜드(PB) 상품에 '무라벨 생수'를 포함한 친환경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앞으로는 생수병 용기에 붙은 비닐 라벨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부는 '무라벨' 정책은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행한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른 대응책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생수통 등에 사용되는 투명 페트병은 전용배출함에 분리 배출해야 하며, 라벨은 제거하고 찌그러뜨린 뒤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즉, 환경부 정책에 따르면 소비자가 플라스틱 소재의 라벨을 별도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아예 플라스틱 라벨을 없앤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라벨 생수'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환경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무라벨 페트병은 라벨 제거를 위한 파쇄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재활용이 수월해지며 라벨에 이물질이 껴서 재활용 질이 떨어지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한바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 역시 "꽤 오랜 시간 동안 무라벨 운동을 펼쳤는데, 지금이라도 시행되니 다행"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어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무라벨 생수 판매 등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유통업체 등 생활에 밀접한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경영에 힘을 쏟으면서 사회적 책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생필품인 탓에 "생수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무라벨 생수가 늘고 있어서 정말 좋다", "그동안 라벨 분리하기가 어려웠는데, 라벨 분리하는 수고도 덜고 쓰레기도 덜 나와서 좋다"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실제로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라벨지 별도 분리배출 등의 수고로움을 왜 소비자에게만 돌리냐"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터져 나온 바 있다. 굴곡이 있고 페트병에 완전히 밀착된 라벨지는 손으로 뜯기 힘들고, 접착제가 잔뜩 발라져 있어 겨우 떼어내도 끈적끈적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것이다. 50대 주부 이 씨는 "무라벨은 광고 효과가 적으니 생수 회사들이 그동안 한눈에 식별 가능한 라벨을 버리지 못하고 온전히 소비자의 책임으로 떠넘겨 온 것 아니었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라벨 생수에는 기존에 상품에 부착하던 라벨은 물론 브랜드명도 인쇄되지 않았다. 필수 표기 사항인 용량, 수원지, 무기질 함량 등 상품정보는 병뚜껑 밀봉 라벨지에 인쇄되기 때문에 생수를 마시기 전에 뚜껑 라벨지를 분리수거하고 마시면 된다.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때는 라벨을 분리할 필요가 없으므로 폐페트병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오염, 섞임 등으로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페트병 수도 줄어든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약 30만t의 폐페트병이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2만 2,000t의 폐페트병을 추가로 수입해왔다. 국내에서 회수되는 폐페트병에 라벨이 제거되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웠던 탓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먹는샘물 용기(페트병)를 상표띠 없는 기준으로 전량 교체·생산될 경우 연간 최대 2,460t의 플라스틱 발생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존 생산 방식과 제도 개선에 따른 생산 방식을 혼용하는 계도기간을 거쳐 앞으로는 소포장 제품에 대해서도 '무라벨' 제품만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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