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發 단기 변동성, '버블붕괴'와는 달라..근본 상승동력은 여전"

이민우 2021. 1. 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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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공매도 대항해 한달 새 주가 1700% 끌어올린 美 개인투자자
단기 변동성 전 세계로 퍼져..韓증시도 '출렁'
경기 회복 기대감은 주효.."저금리·부양책 등 환경은 안정적"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에 있는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의 매장 앞으로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미국에서 공매도를 하려는 헤지펀드에 맞선 개인투자자들로 주가가 폭등하는 '게임스톱' 현상으로 불거진 변동성이 증시에 휘몰아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한풀 꺾이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근본적인 시장 강세를 이끈 동력이 훼손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 추가 부양책이 예정돼 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계속되고 있어 저금리와 경기 회복 기대감은 여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임스톱'발 나비효과…퍼지는 증시 변동성

29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3.03%(92.84포인트) 떨어진 2976.21에 마감했다.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30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코스닥도 전날보다 3.38%(32.50포인트) 급락한 928.73에 장을 마쳤다. 지난 26일 20년만에 1000을 넘어섰지만 급격히 하락하는 변동성을 보였다.S&P지수 옵션가격에 반영된 기대 변동성을 의미하는 VIX도 지난해 11월말 수준으로 급등했다.

미국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가 관련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헷지펀드가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종목을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헤지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여타 주식에 대한 강제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매수해 갚는 방식이다. 헤지펀드의 공공연한 공매도에 반발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뭉쳐 한 달간 주가를 1700% 가까이 폭등시켰다. 이에 게임스톱 공매도에 투자한 세력은 올해 들어서만 총 197억5천만달러(약 22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주춤…작은 악재에도 증시 크게 출렁일 가능성

게임스톱 뿐 아니라 블랙베리 등 다른 주식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헤지펀드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자금 이동으로 인해 전 세계에 퍼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글로벌 증시 반등에 대해 과열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사례는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온라인 토론방에서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수급으로 만들어 낸 주가 급등"이라며 "이 때문에 형성된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가 과거 버블 붕괴 사례처럼 진행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약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악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S)의 경기 평가 하향과 같이 경기 회복 기대를 약화시키는 원인에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다음달 초 발표될 국내외 경제지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소비와 투자 등 투자자들의 감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표(센티멘트) 일부가 개선됐지, 변종 바이러스 확산과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로 그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의 봉쇄조치가 강화 및 연장되면서 이동성(Mobility) 지수가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및 봉쇄조치 강도에 따라 경제지표가 등락해왔는데, 이는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근본적인 상승 동력은 훼손 안돼…경기 회복 기대는 여전

현재의 분위기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는 있지만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근본적인 동력이 훼손되지는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게임스톱' 사태와 별개로 저금리와 올해 실적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저금리 유지와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 논의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백신 공급 차질 우려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평가를 낮췄지만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FOMC 이후 미국 국채 금리 역시 하향 안정 흐름을 보였다. 연초부터 이어진 긴축 정책 조기 추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통과된 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도 추진되고 있다. 의회에서 부양책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미국 내수 경기에 미칠 상방 압력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부양책에 담긴 추가 실업수당과 재난지원금 지급이 비교적 높은 경기 부양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행 중인 추가 실업수당 지급 조치가 오는 3월 종료되는 만큼 다음달 중에는 새 부양책이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도 긍정적이다. 효능과 공급 차질 등 논란이 있지만 접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백신 보급 효과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겨울 동안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컸던 유럽 지역을 제외하고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상향됐다. 안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다음달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등 세계적으로 접종이 확대되고 겨울이 끝나는 한편 경기부양책 효과 등이 맞물리며 경기 기초여견(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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