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오보", 안철수 입당설 왜 자꾸 나오나
[곽우신 기자]
▲ 27일 '동아일보' A06면에 실린 '안철수, 국민의힘에 입당 관련 의견 전달' 기사. |
ⓒ 동아일보 PDF |
[단독] 안철수, 국민의힘에 입당 관련 의견 전달 - <동아일보> 1월 27일
[단독] 안철수, 국민의힘 입당한다... 범야권 단일화 성사 - <쿠키뉴스> 1월 28일
안철수 대표가 기존 입장을 접고 국민의힘 입당을 타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틀 연속 나왔다. 실제로 비밀리에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일까?
일단 양측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없다"라고 답했다. 안 대표 역시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그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일화를 위한 물밑접촉 여부를 묻는 말도 나왔으나 "없다"라고 못박았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국민의당은 28일 "동아일보의 단독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알린 데 이어 29일에는 "쿠키뉴스의 안철수 대표 관련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의 오보다. 해당 언론사에 관련 기사를 삭제 요청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은희 의원은 "단순하게 오해를 한다면, 3자구도가 됐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어떤 사전정비작업이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서는 입당을 희망하는 배경들이 작용을 했다, 이렇게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당을 생각해서 기왕이면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라는 의도에 대해서는 비난할 생각은 없다"라면서도 "그런데 그 부분만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시민에 대한, 유권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무책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관련 기사들은 여전히 수정·삭제되지 않고 있다. 해당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취재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며 오보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이상돈 전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은 지난 2018년 8월 국회 기자회견 당시 모습. |
ⓒ 남소연 |
그렇다면 기자들에게 뉴스거리를 던진 쪽은 어디일까? 권 의원은 인터뷰 진행자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안철수 대표의 이름이 계속 언급이 되도록 해서 띄우게 하려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안 대표가 입당설과 관련된 보도가 아니라면 보도에서 사라지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며 "그러한 인식은 너무 지엽적인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대표와 결별한 이상돈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대로 그야말로 (안 대표가) 몸 달아 있는 거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상돈 전 의원은 28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그렇게 몸 달아하게 되는 원인 중에 하나가 광역선거가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대표가 정치권에 들어온 게 10년이 되는데, 그동안 콘텐츠는 별로 없이 계속 단일화, 단일화 실패, 창당, 합당, 분당, 탈당... 이런 걸 10년 했잖느냐"라고도 꼬집었다.
주도권의 변화
분명한 건 국민의힘과 안 대표 측 사이의 주도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건 안 대표였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내 주자들을 압도했던 것.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 대표의 합류를 기대하며 '러브콜'이 잇따랐다.
국민의힘은 외부 인사가 당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도록 '100% 시민경선' 룰을 확정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 경선 대신 오픈 플랫폼을 만들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의힘의 기류가 바뀌었다. 지속적으로 안 대표에게 비판적인 김종인 위원장은 물론, 안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마저 거리를 둔 것.
이제는 되레 안 대표가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전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안철수를 향한) 처음엔 좀 과다한 기대가, 헛된 기대 때문에 반짝하고 그 다음에 좀 수그러지고..."라며 "정당의 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나 합당 등 이전 정치 행보에서도 주변 구성원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단을 내려 빈축을 산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 구성원들 사이 관련 소통 없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권 의원은 "안 대표 개인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입당이나 합당, 단일화와 관련된 부분들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당의 당 대표로서의 생각"이라며 "(안 대표가) 그러한 결이 다른 개인적인 생각을 따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은 없지만, 진행되고자 한다면 당원들이나 지지자들 그리고 국민의당의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에게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당연히 거친다"라며 "어느 날 서프라이즈 하듯 진행되는 과정은 없다. 앞으로 이러한 오보가 생산되더라도 신뢰하지 않는 것이 팩트에 더 가깝다"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정치인은 가변적"이라면서 "안철수 대표도 처음에 절대 서울시장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안철수 입당설'에 대해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양쪽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정치분석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월까지 미뤄지는 단일화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해, 통합 경선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국민의힘 내 다수 의견"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안 대표도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이후의 일대일 단일화 구도보다는 국민의힘 지지표가 갈라질 수 있는 일대다 구도의 경선에 참여하는 게 더 승산이 높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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