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염화칼슘의 습격? 한강 하구 물고기 모조리 사라졌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 어부 김홍석씨가 그물을 걷어 올리자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 4마리가 걸려 있었다. 숭어, 강준치, 붕어, 누치 등이었다. 그러나, 물고기는 모두 폐사한 상태였다. 김씨는 “겨울이 제철인 숭어가 이달 하순 들어 9일째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라며 “상류인 서울 한강과 맞닿은 고양지역 한강 하류에서 조업한 지 35년 동안 한강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가 모조리 종적을 감추다시피 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 물고기 몇 마리가 잡혀도 대부분 폐사한 상태로 나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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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눈 녹이려 뿌린 염화칼슘 영향 추정”
고양시 한강 어부인 박찬수 전 행주어촌계장은 “고양시 한강 하구 어부 33명은 요즘 숭어 철인데도 일손을 놓다시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예년에도 눈이 오고 염화칼슘을 도로에 많이 뿌리고 난 뒤 비가 오거나 봄철이 되면 1주일가량은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았지만, 이번 겨울의 경우 눈이 많이 내리고 비까지 내린 여파인지 일주일이 넘도록 물고기가 아예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김포시 한강 하구의 어부들은 이달 하순부터 물고기가 사라진 원인으로 염화칼슘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눈을 녹이기 위해 도로에 염화칼슘을 많이 뿌린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면서다. 반면, 서울시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고양·김포 지역 어부들은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염화칼슘 제설제 사용을 대폭 줄이고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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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어류 종적 사라지긴 35년 만에 처음”
심화식 ‘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는 행주대교 상류 2∼3㎞ 지점에 있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 등 하수처리장에서 한강에 배출하는 방류수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하수처리장에서 제설제로 사용된 염화칼슘 성분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한강에 방류되면서 물고기가 갑자기 사라지고 일부 물고기가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염화칼슘 성분의 제설제는 가로수 고사와 차량 부식을 유발하며 반려동물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한강 오염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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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 숭어 철인데…일손 놔
이런 현상은 고양시 맞은편 한강인 경기도 김포시 지역에도 나타나고 있다. 김포시 한강어촌계 소속 대의원인 어부 서승석씨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숭어가 제철을 맞았었는데, 눈이 많이 오고 비까지 내린 후인 지난 21일부터 29일까지 9일간 숭어 등 물고기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조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35년간 조업을 해왔지만, 겨울철에 이런 현상은 처음이며, 이번처럼 물고기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한 경우도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도로에 뿌린 다량의 염화칼슘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 한강으로 유입된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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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설제 때문 아냐, 복합원인일 듯”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염화칼슘 제설제를 쓴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염화칼슘을 쓰는 것도 아니다. 최근엔 친환경 제설제 비율이 2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물고기가 사라진 데는 복합적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단편적으로 제설제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경기도도 제설제를 쓰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시 물재생운영팀 관계자는 “뿌린 제설제가 녹으면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간다. 처리장에서는 제설제가 섞여 들어온 하수를 법적 기준에 맞게 정화 처리해 한강으로 내보낸다”며 “제설제가 녹아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더라도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설제를 뿌린 직후 폭우가 내리면 용량 한계 때문에 그대도 하천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올겨울에 그런 일도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염화칼슘을 따로 정화하는 시설은 없지만, 염화칼슘 같은 화학물질을 하수처리장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처리하는데 미생물이 평소처럼 활동하고 있어 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익진·최은경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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