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숲에서 일어난 인간 사냥의 실체
장혜령 2021. 1. 30. 11:54
[리뷰] '그놈'을 향한 스산한 복수극,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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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사냥꾼이었지만 은퇴 후 동물보호구역에서 관리자로 살아가고 있는 레이번(니콜라이 코스터왈도). 5년 전 자신의 눈앞에서 실종된 딸이 돌아오길 바라며 오늘도 전단을 붙이는 비정한 사람이다. 레이번은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혼한 전처가 찾아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요구하지만 지금도 그때가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던 어느 날, 관리하던 숲에서 한 소녀가 사냥꾼으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하고 뒤따라 나간다. 놈은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모습을 은폐할 수 있는 프로였고, 화살을 쏘며 원시적인 형태로 사냥감을 궁지로 몰아갔다. 마치 과거 자신이 동물을 잔인하게 사냥했던 수법과 유사했다. 레이번은 단번에 자신의 딸과 연관된 범행임을 직감한다. 최근 강가에서 신원 미상의 소녀 시신이 발견된 것도 이 범인의 소행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그놈을 잡아야만 한다.
두 사람은 잔인하게 소녀를 사냥하는 범인을 쫓아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 앨리스는 죽은 소녀의 몸에서 발견된 화살촉과 목의 수술 자국을 근거로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브룩스는 최근 범인의 무단 침입으로 격한 몸싸움을 벌였던 때를 토대로 그놈의 흔적을 직감에 따라 파헤쳐 간다. 사냥꾼으로 오래 일했던 탓에 이론적인 근거보다 본능이 먼저 앞서는 브룩스는 인간 사냥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주겠다는 심산으로 범인 잡기에 뛰어든다.
다행히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음산한 숲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아버지를 표현했다.
[장혜령 기자]
▲ 영화 <사일런싱> 포스터 |
ⓒ 씨나몬(주)홈초이스 |
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사냥꾼이었지만 은퇴 후 동물보호구역에서 관리자로 살아가고 있는 레이번(니콜라이 코스터왈도). 5년 전 자신의 눈앞에서 실종된 딸이 돌아오길 바라며 오늘도 전단을 붙이는 비정한 사람이다. 레이번은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혼한 전처가 찾아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요구하지만 지금도 그때가 선명히 기억난다.
그런데 장례식이라니, 희망이란 어리석은 녀석을 놓지 못하겠다. 레이번이 기억하는 그날은 이렇다. 술을 사기 위해 잠시 슈퍼에 들렀다가 돌아왔지만 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후 슬픔에 잠겨 술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혼자 숲에 파묻혀 고립을 자초하고 딸의 실종을 자신의 탓이라 느끼는 듯 자신을 학대며 살아가는 슬픈 아버지가 되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 번 했지만 그런다고 실종된 딸이 살아 돌아올 리 없다.
▲ 영화 <사일런싱> 스틸 |
ⓒ 씨나몬(주)홈초이스 |
그러던 어느 날, 관리하던 숲에서 한 소녀가 사냥꾼으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하고 뒤따라 나간다. 놈은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모습을 은폐할 수 있는 프로였고, 화살을 쏘며 원시적인 형태로 사냥감을 궁지로 몰아갔다. 마치 과거 자신이 동물을 잔인하게 사냥했던 수법과 유사했다. 레이번은 단번에 자신의 딸과 연관된 범행임을 직감한다. 최근 강가에서 신원 미상의 소녀 시신이 발견된 것도 이 범인의 소행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그놈을 잡아야만 한다.
한편, 최근 보안관으로 발령받은 앨리스(애나벨 월리스)는 지역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보다 다급한 것이 있다. 이 동네의 골칫거리가 된 동생 브룩스(히어로 파인즈 티핀)다. 동생은 부모의 학대 속에서 자라 심적으로 온전하지 못했는데 이런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앨리스를 옭아매고 있었다. 게다가 미해결 실종사건이 이 지역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고, 이 사건이 브룩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영화는 서늘하고 황량한 숲에서 일어난 인간 사냥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인물을 배치했다. 레이번과 앨리스는 가족에 미안함을 가진 인물로 서로 상관없는 듯 보이나, 일말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함구해야 했다. 그리고 가족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를 근거로 제목 '사일런싱'이 의미하는 바를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구조요청을 할 수 없는 소녀의 소리 없는 외침과 가족을 위해 범인의 정체를 숨겨야 했던 두 인물의 사정이다.
▲ 영화 <사일런싱> 스틸컷 |
ⓒ 씨나몬(주)홈초이스 |
두 사람은 잔인하게 소녀를 사냥하는 범인을 쫓아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 앨리스는 죽은 소녀의 몸에서 발견된 화살촉과 목의 수술 자국을 근거로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브룩스는 최근 범인의 무단 침입으로 격한 몸싸움을 벌였던 때를 토대로 그놈의 흔적을 직감에 따라 파헤쳐 간다. 사냥꾼으로 오래 일했던 탓에 이론적인 근거보다 본능이 먼저 앞서는 브룩스는 인간 사냥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주겠다는 심산으로 범인 잡기에 뛰어든다.
범인은 소녀를 납치해 성대를 절단하고 비명을 지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숲에 풀어주고 도망가게 만든 뒤, 쫓아가며 사냥하듯 스릴을 즐긴 악질이다. 숲에서 위장용으로 덮어쓴 것은 흡사 바야바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존재를 형상화했다. 숲에 존재하고 있는 악령이나 괴물 등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두려운 외형이지만 안타깝게도 주도면밀함은 갖추지 못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허술한 사건의 단서들이 복합적으로 산재하며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 영화 <사일런싱> 스틸 |
ⓒ 씨나몬(주)홈초이스 |
다행히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음산한 숲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아버지를 표현했다.
<애나벨>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애나벨 월리스'는 강인한 여성 보안관으로 분해 동생을 지키며 사건을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애프터>에서 로맨틱한 퇴폐미를 뽐내던 '히어로 파인즈 티핀'의 전혀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귀공자 이미지가 강했던 애프터 시리즈를 탈피해 약물 중독자로 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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