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게임, 현질하며 즐긴다" 20대의 레트로 [청춘20km]

김남명,김수련 입력 2021. 1. 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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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팬들과 함께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BTS 멤버 진. 브이라이브 캡처
[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제가 한 때 한 라이더 했습니다.”

2000년대 10대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게임들이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 스토리’, 스마일게이트의 ‘테일즈런너’ 등이 그 주인공이다.

10대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미루고, 밤잠을 설쳐가며 했던 인기 게임들은 2010년대 잠시 하락세를 기록하며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최근 어린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추억 속 게임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2000년대를 강타한 추억의 게임이 최근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은 여러 수치로 증명된다. 넥슨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카트라이더는 역주행의 아이콘”이라며 “2018년 11월 10년 만에 PC게임 순위 10위에 오르며 인기를 회복했고, 현재는 꾸준히 유지 중이다.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나오면서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게임 테일즈런너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 관계자 역시 “20대 유저가 늘어난 게 맞다”면서 “이는 게임 서비스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20대 유저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10대였던 게임 이용자들이 성장하면서 20대가 되어 다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 '테일즈런너'를 즐기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모습. 브이라이브 '달려라방탄' 화면 캡처


다시 늘어난 인기를 반영하듯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개인 방송이나 자체 콘텐츠 등에서 카트라이더 등 추억의 게임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2000년대 초·중·고등학생이었던 이들이 같은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팬들과 함께 크레이지 아케이드(일명 크아)를 즐기는 뉴이스트 멤버 렌. 렌 트위터 캡처


일례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체 예능 콘텐츠 ‘달려라 방탄’에서 카트라이더, 테일즈런너 등을 즐겨 화제를 모았다. 그룹 뉴이스트의 멤버 렌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간과 서버를 공지한 후 여러 팬들과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을 함께 했다. 게임 상에서 팬들과의 랜선 게임 모임을 마친 후 렌은 트위터에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에 또 같이하자”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옛날 게임, 왜 다시 접속할까?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은 화살표 키와 스페이스 바만 사용하면 돼 조작법이 비교적 간단하다. 유튜브 채널 혜안 캡처

“최신 게임보다 쉬운 조작법”

재유행하는 추억의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쉬운 조작법이다. 조작법이 쉽고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게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즐기기 좋다.

대학생 염모씨는 “요즘 게임은 조작법이 너무 어렵다”면서 “단순하고 익숙한 예전 게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즐긴다는 대학생 박모씨 역시 “주변 친구들과 게임을 하려 해도 게임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게 어린 시절 같이 했던 게임이다. 그 때 생각이 많이 나서 같이 하면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10대 때 이미 한 차례 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어 조작법을 따로 익힐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몸과 머리가 기억하는대로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평소 메이플 스토리를 즐긴다는 대학생 김모씨는 “새로 나온 게임은 설렘으로 플레이하지만, 메이플스토리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게임은 손 자체에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다”고 전했다.

카트라이더 게임을 즐기는 유튜버의 모습. 유튜브 채널 선바 캡처


“스트리밍 방송의 영향”

직장인 심모씨는 추억의 게임이 최근 다시 유행하는 이유로 ‘스트리밍 방송’을 꼽았다. 그는 추억의 게임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유튜브나 트위치 게임 스트리머들이 방송 콘텐츠로 예전에 유행했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재유행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주요 스트리밍 방송에서 추억의 게임은 꾸준히 소환되고 있다. 1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선바, 혜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약 2년 전부터 다양한 추억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도 그 중 하나다.

이에 넥슨 관계자는 “‘카트라이더’는 2019년 스트리밍 방송의 유행, 가볍게 즐기는 게임에 대한 수요 등 트렌드에 힘입어 차트 역주행을 이뤘다”면서 인기 회복에 게임 스트리밍 방송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아이템에 900만원 이상 결제한 게임 유저. 유튜브 채널 밥한톨 캡처


“코로나 때문에”

뜻밖의 이유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20대가 집에서 자주하던 추억의 게임을 다시 찾는다는 것.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대학생 김모씨는 “코로나가 지속되고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손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상에서 군대 후임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연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밖에서 만나기가 꺼려지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서나마 근황을 알 수 있어서 좋다”며 대면 만남의 대안으로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심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 독자 제공


이들은 서로의 게임 화면을 캡처해 SNS로 공유하며 소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테일즈런너를 즐기는 직장인 심씨는 “많은 친구들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된 느낌이라 종종 SNS에 플레이 사진을 올린다”고 언급했다.

과거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카트라이더 게임에 추가된 펭수 캐릭터. 카트라이더 게임 화면 캡처. 독자 제공

“게임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대학생 염씨는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는 승부욕에 불타 이기고 싶어 안달 났었는데 이제는 져도 화를 내지 않는다. 어른이 됐다는 증명 같다”면서 승부에 연연하기 보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씨는 추억을 향유하고 과거 기억을 곱씹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경우) 특정 맵에서 특정 위치에 물풍선을 놓으면 무조건 걸리는 상황이 종종 있다”면서 “어릴 때 그 위치를 달달 외우고 다녔는데, 다시 플레이하니까 새록새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떠오르는 예전 기억을 곱씹으면서 플레이 하는 게 재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끊임없이 추가되는 게임 세계관에 흥미를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박씨는 “메이플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의 캐릭터를 비교하면서 플레이 하는 맛이 있다”면서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가 많이 추가되어서 세대 차이나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현질'로 꾸민 김씨의 캐릭터. 독자 제공


“원하는 만큼 현질하고, 게임한다”

국민일보가 만난 많은 게임 유저들은 과거와 달리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게임에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다’는 점을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대학생 김씨는 “어렸을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부모님 눈치를 보지 않고 현질(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어마무시한 돈을 쓴 것은 아니고, 캐릭터 꾸미는 데 10만원 정도 썼다. 게임도 취미 생활이니까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카카오페이로 3초면 결제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 역시 “어릴 때는 백일장에서 문화상품권을 타는 것을 기다렸다가 캐시템을 사곤 했는데 이제는 곧장 입금하면 된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여자친구와 함께 게임을 자주 하는데 여자친구는 ‘나는 못 입어도 내 캐릭터는 입어야 한다’면서 현질을 자주 한다”고 언급했다.

캐시 아이템을 구매해 꾸민 캐릭터의 모습. 카트라이더 게임 화면 캡처. 독자 제공


캐시 아이템을 구매해 꾸민 캐릭터의 모습. 카트라이더 게임 화면 캡처. 독자 제공


대학생 박씨는 “14세 미만일 때는 게임 아이디를 만들 때 부모님 동의가 필요했다. 부모님이 아이디 만드는 것을 싫어하셔서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게임 가입, 플레이 시간을 제한하는 사람이 없어서 자유로워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해진 시간 동안만 할 수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은 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명,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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