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넣고 돈 먹기' 아닌데..공모주 균등배분, 득일까 독일까
"공모주 청약 방식을 선택할 수 있나요?"
"균등배정 방식은 주식을 어떻게, 얼마나 배정해주는 건가요?"
올해 공모주 청약 제도가 크게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주식 배정 방식이 복잡해진 데다, 일부 구체적인 내용도 모호해서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기회 확대란 취지는 좋지만, 자칫 시장 왜곡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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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몫 50% 이상 '균등 배분'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바꾼 공모주 청약 제도의 핵심은 '균등 배분'이다. 개인 투자자 몫으로 떼어둔 물량의 절반 이상을 최소 기준의 증거금을 맡긴 청약자들이 똑같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컨대 공모주의 개인 청약 물량이 100만주라면 균등 방식 물량은 최소 50만주가 된다. 최소 기준 이상으로 증거금을 낸 투자자가 10만명이면 1인당 5주씩 배정받는 식이다. 나머지 최대 50만주는 기존처럼 투자자가 맡긴 증거금에 비례해 나눠준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주 열풍 속에 '공모주 청약이 돈 놓고 돈 먹기'란 비판이 일자 당국이 꺼내 든 보완책이다. 당시엔 증거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받는 구조여서 1억원을 넣어도 주식 1~2주밖에 못 받는 일이 속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방식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고, 그마저도 고액 자산가가 독차지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청약을 마감한 핀테크 업체 '핑거'의 사례를 보자. 균등 방식 대상은 개인에게 배정된 26만주의 절반인 13만주였다. 최소 청약 주식 수는 10주였고, 청약에 3만3170명이 몰렸다. 그 결과 청약한 사람들은 모두 4주씩 받았다. 공모가는 1만6000원으로, 10주 청약에 필요한 증거금(50%)은 8만원이다. 즉 8만원만 넣어도 4주를 받을 수 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3000만원 정도를 넣어야 4주를 받을 수 있었다.
균등 방식의 세부 내용은 주관사인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지금까진 배정 물량의 절반을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 배정한 후 나머지를 비례 배정하는 일괄청약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청약자는 균등, 비례 방식을 선택할 수 없고 청약하면 자동으로 균등 방식 배정의 청약자로 인정된다.
한 증권사 IPO(기업공개) 팀장은 "개인 배정 물량의 절반 이상을 청약자 수로 나눈 몫을 전원에게 동일하게 주고, 개인 배정 총주식 수에서 균등 배정분을 뺀 수량에 대해 비례 배정이 이뤄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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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계좌 양산, 시장 왜곡 우려도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차명 계좌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증권 계좌 수를 늘리는 게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데 유리해서다.
지난 19~20일 청약을 받은 마스크 전문업체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균등배정 방식으로는 1인당 4주씩이 돌아갔다. 증거금을 최대치인 5억1200만원을 넣은 청약자는 24주를 받았다. 하지만 만약 가족 명의로 만든 5개 계좌로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증거금 16만원)씩 총 50주를 청약했다면 80만원을 넣어 20주를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균등배정 방식으로 공모주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개인 배정 물량이 느는 만큼 기관 배정 물량은 줄게 되는데, 기관이 물량 확보를 위해 수요예측을 할 때 필요 이상의 주식을 신청할 경우 공모가가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수익은 줄어든다.
또 적잖은 소액 주주가 상장 당일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8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씨앤투스성진은 29일 공모가(3만2000원)보다 21.7% 낮은 2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균등 배분으로 재미를 못 보게 된 큰손들이 공모주 시장을 떠날 경우 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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