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다 배터리 충전 '대전 트램'..전문가 "기존 기술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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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전력 공급선과 배터리 혼용 시스템 추진"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동력 방식을 가선(전력 공급선)과 무가선(배터리)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트램 노선이 순환형 세계 최장으로 기존 기술을 접목하기 어려운 데다 가선 설치에 따른 민원 발생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서대전역∼정부청사∼유성온천역∼진잠∼서대전역 36.6㎞ 구간에 트램을 설치한다. 정거장 35곳과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한다. 총 사업비는 7492억원이다.
대전시는 오는 2022년 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곧바로 트램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개통 예정 시점은 2027년 말이다. 개통 시기는 행정절차가 늦어지는 등 몇 가지 요인으로 당초 2025년에서 2년 늦춰졌다. 트램은 평균 속도가 25㎞로 시내버스보다 느리다.
대전시는 전체 구간 가운데 3분의 1 구간(12.2㎞)에는 전력 공급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처럼 긴 구간을 배터리로만 달릴 수 있는 트램 기술은 사실상 전 세계에 없다”며 “일부 구간에는 전력 공급선을 설치해서 에너지를 공급받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프랑스 니스, 미국 디트로이트, 브라질 산투스, 독일 뮌헨 등 세계 몇몇 도시에서 가선과 무가선 방식을 혼용해 트램을 작동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가선을 전체 구간 곳곳에 설치해 이동하다 충전하는 방식으로 트램을 운행하겠다고 했다. 가선 설치 지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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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전처럼 긴 구간에 기존 기술 적용 어려울 듯"
시는 나머지 24.4㎞ 구간은 배터리 동력으로 트램을 움직일 계획이다. 배터리는 트램 지붕에 설치하며 무게는 약 3t 정도이다. 트램은 총 길이가 32m로 버스 5개 정도를 합쳐놓은 크기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가선과 무가선을 혼용해 움직이는 해외 트램은 구간이 10㎞ 이내로 짧다”며 “대전처럼 긴 구간에 혼용 기술을 적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달리는 도중에 충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전기가 흐르는 가선 설치에 따른 민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가선 설치에 따른 민원은 충분한 설득으로 해결하겠다”고 반박했다.
대전 트램 운행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철도 학계 전문가는 “전체 구간에 130여개나 되는 교차로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각할 것이고, 만약 자동차와 트램이 충돌하는 등 사고가 나면 발 빠른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트램 노선을 두 개로 나누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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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간은 지하화해야 운행 가능"
게다가 일부 구간은 공사 방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전시는 테미고개 구간(약 1㎞) 구간은 터널로 건설해야 한다고 한다. 경사가 심해 트램이 이곳을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약 310억원의 건설비가 들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트램 건설비를 확정하면서 터널 건설비는 삭감했다. 대전시는 “테미고개 터널 건설을 위해 정부와 계속 협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은 2003년부터 건설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2014년 4월 당시 염홍철 시장이 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일부 구간 지하화)로 결정했다.
이후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선택(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은 취임하자마자 트램 방식으로 바꿨다. 건설 비용이 지하철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어 취임한 허태정 시장도 트램사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허 시장은 2019년 1월 트램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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