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A 레이다의 숨겨진 힘
[김선주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1990년대 이후 전자산업 및 항공우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레이다의 주변 환경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지속적으로 레이다의 표적인 군용 항공기들의 더 높은 수준의 스텔스화가 진행됐고, 한층 더 치밀해지고 정밀한 전자전 장비들이 탑재돼 항공기 자체의 은닉성이 증대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 위상배열 레이다의 도래= 표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레이다의 운용 환경도 매우 복잡하게 변했다. 전자파를 이용하는 통신 기기들의 보편화로 전자파 간섭신호들이 상시로 존재하게 됐다. 함정 레이다의 경우 대양작전에서 연안작전위주로 환경이 바뀌면서 기존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특성의 클러터, 즉 레이다 표적 이외의 물체에서 반사되어 수신되는 신호들이 나타나는 등 주변 환경의 변화는 레이다의 표적 탐지 기능을 저해했다. 스텔스 표적 등의 원거리 표적을 빠른 시간에 탐지/추적하고, 주변 환경에 맞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 요구됐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위상배열(Phased Array)’ 레이다가 개발됐다.
위상배열은 전자파를 형성하는 복사소자(radiator)마다 신호의 위상을 조정할 수 있는 위상변위기(Phase shifter)를 배열해 복사소자에 인가되는 전기 신호의 위상을 시시각각 원하는 만큼 조정함으로써 전체 안테나의 빔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가장 오른쪽 복사소자의 신호를 가장 빨리 생성하고 인접한 배열소자 간의 일정한 위상 차이를 두고 지연 생성한다면 안테나의 빔을 일정한 각도로 편향되게 조향할 수 있다. 이는 전자적으로 위상을 변경하므로 기존의 기계식 회전에 의한 빔 조향 방식과 구별해 전자식 빔 조향 배열(Electronically Scanned Array)이라고 부른다.
위상배열 안테나는 전자적으로 빠르게 빔 조향 각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기존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여러 가지 알고리즘들을 구현 가능하게 했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다기능 레이다를 추구할 수 있는 레이다 자원관리(Radar Resource Management) 알고리즘이다. 레이다 자원관리는 레이다 혹은 상위계층의 시스템이 레이다 및 기타 정보(타 센서 및 운용자 요구 등)를 바탕으로 결정한 레이다의 임무(What to do)를, 어떻게 실행(How to do)할 지에 대하여 업무(task)의 우선순위와 레이다의 자원(빔, 시간 및 처리용량) 및 레이다 변수 등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고속으로 접근하거나 급격한 기동을 하는 표적에 대해서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최상위로 해 추적주기를 빠르게 운용함으로써 양질의 표적 정보를 획득하도록 한다. 즉, 결정된 임무에 따라 레이다의 자원을 실시간 운용체계에 맞게 계획(Scheduling)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반복적인 일련의 과정으로 레이다가 여러 기능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한다.
▲ 수동과 능동 위상배열, 어떻게 다른가= 배열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전력을 생성 혹은 증폭하는 기능이 안테나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전력증폭소자를 포함하지 않는 수동(passive) 위상배열과 안테나 내부에 전력증폭 소자를 가진 능동(Active) 위상배열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동 위상배열의 경우에는 진공관 형태와 같은 고출력의 단일 전력증폭부가 안테나와 분리되어 있는 시스템으로 반도체증폭기가 널리 사용되기 이전에 개발된 대부분의 위상배열 시스템이 이 부류에 속한다. 고출력을 생산하는 하나의 송신관으로부터 각 복사소자와 위상변위기로 전력을 분배해야 하므로 고출력에 동작할 수 있는 소자를 사용해야 하는 제한사항이 있다. 이는 곧, 전력 손실과 연계되어 결국 시스템의 탐지/추적 성능을 제약하고, 고출력으로 인한 시스템 신뢰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출력의 단일 송신관을 초고주파용 반도체 소자로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은 1970년대 말부터 미 국방성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국의 능동배열(이하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며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반도체 기술은 90년대에 들어 유럽 일부 국가의 개발 노력과 그 결과의 공유로 인해 최근에는 많은 국가들이 소형 저출력의 반도체 송수신모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소형 반도체 송수신모듈 내에는 송신기능을 위한 고출력 증폭기와 수신기능을 위한 저잡음 증폭기는 물론 송신과 수신 시 공통으로 위상 및 진폭 제어기능이 통합되어 있다.
▲ 소형 반도체 송수신모듈이 모이다= AESA 시스템은 응용분야에 따라 수 백 혹은 수 천 개의 소형 반도체 송수신 모듈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유하자면 만일 커다란 마차를 끌고자 했을 때, 그 일을 한 마리의 소가 감당한다면 이는 수동배열 개념이고, 수 천 마리인 쥐의 무리가 일을 분담한다면 능동배열 개념이다. 비록 작은 쥐 한 마리가 끄는 힘은 미미할 지라도 수 천 마리의 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준다면 커다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AESA 시스템에서는 여러 개의 소형 송수신모듈들이 일사불란하게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정밀하게 관리하고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는 대부분의 지상(해상)/함정/항공기탑재 군용 레이다들은 AESA 형태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해상기반 X-밴드 레이다(SBX: Sea Based X-band)는 물 위에 떠서 자체 추진할 수 있는 이동식 레이다 기지로 강풍과 높은 파도에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센서로 유사시 일본 연안까지 이동하여 운용되며, 4만 5000여개의 X-대역 송수신모듈들로 구성되어 탐지거리가 2000km이상이다.
▲ AESA 레이다 장점은= AESA 레이다는 최근 변화된 표적환경과 운용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첫째, 반도체 모듈화된 AESA 특징상 증폭기와 안테나 사이의 전기적 손실이 거의 없고, 기계 구조체와 방열시스템의 허용 범위 내에서 반도체 송수신 모듈의 개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안테나 면적의 확대와 반도체 송수신 모듈의 증가는 레이다의 탐지 및 추적거리를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먼저 보고 먼저 대응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적의 스텔스화로 인한 탐지거리의 축소를 어느 정도 보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로 빠른 속도로 안테나 빔의 방향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환경에 적합하게 설계된 여러 기능 또는 운용모드를 거의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다기능(Multi-function) 혹은 다중모드(multi-mode)의 운용이 가능하다. 또한 다수의 표적에 대해 탐색 빔과 독립적인 빔 운용 정책을 응용할 수 있고, 빠른 대응시간 및 표적 정보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성된 반도체 송수신모듈 중 5~10%의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고 시스템의 성능저하는 미미해 전체 시스템의 정지같은 치명적 손상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또한 반도체로 구성된 안테나는 기존 시스템의 안테나보다 5배 이상의 신뢰도를 갖는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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